마이크와 친해지는 방법
“청중을 호박처럼 생각해 보세요.” ‘말하기 대회’를 준비할 때였습니다. 연단에 서는 게 떨린다고 하니, 선생님이 저에게 들려준 말입니다. 말씀대로 청중을 호박처럼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쉽게 호박으로 연상되지는 않았습니다. 청중이 호박처럼 보였다면, 떨리지는 않았겠지요.
마이크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마이크 울렁증, 심하게 말하면 마이크 공포증이죠. 저는 야외에서 취재 녹음할 때,, 마이크에 손수건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마이크에 신경 쓰면 목소리가 부자연스러워집니다. 마이크를 가려서 마이크를 의식하지 않도록 한 거죠. 대부분 경우, 손수건을 씌우면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마이크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라디오 진행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어떤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가 마음 편하게 방송이 되지 않았답니다. 하루는 아내와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입장에서 같이 고민했습니다. ”당신이 말을 좋아하니까. 말 사진을 마이크에 붙여 놓고 말해보세요.” 진행자는 아내의 조언대로 말 사진을 마이크에 붙여 놓고 말에게 이야기하듯 방송을 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고 편하게 방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MBC FM ‘황인용의 모닝쇼” 연출을 할 때, 이 이야기를 황인용 씨에게 들려주었습니다. 황인용 씨는 한 때 라디오의 명진행자로 날리던 분입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영팝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았던 아나운서였습니다. 그런 분이었지만 그분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황인용 씨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처음 맡았을 때였습니다. 말은 잘했지만, 마음 편히 진행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고민했답니다. 어느 날 한 젊은 여성의 사연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청취자들이 DJ에서 엽서나 편지를 보내곤 했습니다. 엽서도 예쁘게 꾸미고, 선물이나 사진도 보냈습니다. 그분이 자신의 사진을 보냈는데요. 인상이 좋은 긴 머리 여성이었습니다. 황인용 씨가 무심코 마이크 앞에 청취자 여성의 사진을 놓고 말을 했답니다. 마치 그 청취자와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감’이 잡혔답니다. 감이 잡힌다는 것은 어떤 기능을 익힐 때 어떤 계기로 방법이 체득되는 경우를 말하는 거죠. 그때부터 방송이 편해지고 방송이 잘되어 인기 DJ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이에게 들려주듯 방송해야 방송이 잘 되듯, 마이크가 편하게 보이면 방송도 편해질 것입니다. 마이크 울렁증이나 공포증을 벗어나려면 마이크와 친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