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손님은 그 집에 가세요

세월가니 보이네 ⑮

by 김승월

손님을 돌려보내는 수선집 할머니


옷수선 맡기러 왔다. 단골 수선집에는 '3일간 휴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하루라도 빨리 입어야 할 옷이라서, 다른 집을 찾았다. 상가 골목을 물어 물어 뒤져 구석진 곳에 있는 다른 수선집을 찾았다.

일감을 내밀었더니,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휴가 간 그 집 단골이세요?"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저는 안 받습니다. 그 집 손님은 그 집에 가서 하세요"

찾아온 손님을 사양하다니, 황당했다. 황당해하는 나에게 덧붙였다

"그 사람 손님 것은 그 사람이 해야죠, 저는 남의 손님 뺐지 않습니다."


같이 따라온 여동생이 사정을 말하고 부탁해서 겨우 수선받을 수가 있었다.⑭빼앗지 않는 경쟁이 만드는 품격

빼앗지 않는 경쟁이 만드는 품격이랄까.

남의 손님을 지켜주는 모습이 무심히 여겼던 상도덕을 생각하게 했다.


커피집 점주의 '첩'이야기


몇 해 전, 내가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지하상가의 커피집주인 말이 떠올랐다.

그 당시, 크지 않은 지하상가에 커피집이 네 군데나 있었는데, 또 다른 집이 개업했다.

기존 커피집 점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왜 커피집을 세 주었냐.'라고 부동산 중개소와 집주인을 탓하는 말도 나왔다. 지하상가 여기저기 벽보가 나붙였다.

"커피는 단골이다."


벽보 카피에 대해서 단골 커피집 점주와 이야기 나누었다. 다른 업종 점주가 기존 커피집 점주들을 편 들어서 고객들에게 호소하려고 써붙인 벽보란다. 그녀가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비유했다.

"다른 커피집이 개업하면, 첩이 들어온 것처럼 눈에 불이나요."


단골을 잃는다는 것은 두렵다. 그 두려움이 님의 손님을 넘보는 경쟁으로 바뀔 때, 시장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사라진 단풍잎 기념품


남의 손님을 넘보다 보면 남의 아이디어도 쉽게 사용하게 된다.


어느 분으로부터 들은 말인데, 내 눈에도 그런 변화가 보였다.

설악산 어느 관광지에서, 설악산 단풍잎을 코팅해서 판매했었다.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관광기념품으로 사갔다. 그 지역에서 인기를 모으자, 다른 관광지에서도 그 상품을 팔게 되었다. 소문이 퍼져, 전국 관공지마다 그 상품을 팔게 되었고, 심지어 그 상품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까지 판매했다. 흔해진 단풍닢 상품은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했다. 결국은 관광지에서 그 상품은 사라지게 되었고, 문방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악산 지역에서만 판매했으면, 그 지역을 찾은 분들에게 좋은 기념품이 되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남의 아이디어를 이 사람, 저 사람이 베끼다 보면 시장이 커지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남의 손님은 안 건드린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남의 지역 특산품을 베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역마다 고유한 특산품이 있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이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도쿄 중심부 어느 지역을 가니, 어떤 빵집에 긴 줄이 늘어섰다. 안내해 주던 분에게 물었더니, 그 당시 인기를 끌던 빵 때문이란다. 그 빵이 인기가 높아 매일 긴 줄이 늘어선다고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그 옆에다가, 그 빵집 분점 차리면 돈 벌겠네요."

가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일본에서는 남의 상품으로 남의 손님을 뺏지 않는단다. 그런 짓하면 사회에서 버림받는다고도 했다.


딸의 사업 때문에 일본 업체와 거래를 틀 때도 그랬다.

내가 만난 일본 생산자는 제품을 아무에게나 수출하지 않았다. 일단 거래를 트면, 일본 사람들은 그 나라의 다른 바이어를 들이지 않으려 했다. 다른 바이어가 있지만 나도 팔겠다고 제안했더니, 먼저 허락해 준 그 사람을 통해서 거래하라고 했다. 몇 번 그런 일을 겪었다.


경쟁을 넘어서는 신의


역동적인 한국에서는 남의 손님, 나의 손님 가리지 않고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친다.

그 덕에 이렇게 잘 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치열함이 서로 깎아내리고, 다투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


남의 손님을 붙잡는 치열함이 아니라, 남의 손님을 지켜주는 질서가 시장을 살리는 거 아닐까..

질서는 상생의 길이고, 상도덕도경쟁력이 될 수가 있다.


남의 손님을 넘보지 않던 수선집 할머니의 말이 오래 남았다.

"그 사람 손님은 그 사람이 해야죠, 저는 남의 손님 뺐지 않습니다."


david-trinks-nZi5og5YslQ-unsplash.jpg By dlxmedia.hu on Unsplash


브런치북 <세월 가니 보이네>

다음 주에는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작은 틀림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미시오와 당기시오 사이에서'가 이어집니다.


김승월의 브런치북에서는 '세월가니 보이는 이야기,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것' 들을 전해드립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