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가니 보이네 ⑯
2025년 12월 17일 오전 9시, 휴대전화 화면에 알림 하나가 떴다.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대상 수상자의 발표.
영광스러운 수상자 명단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흝어 내려갔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이어졌다.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지만 내 이름은 거기 없었다.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혹시나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건 나를 속이는 말이다. 그렇다. 나도 나름 열심히 썼고, 정성 들여 다듬었다. 마음 한편이 조금 시렸다.
위로가 되는 것은 경쟁률이었다.
만 사천여명이 응모했고, 그중 열 명만 불렸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먼저 대상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수상작을 언뜻 살피다 아차 싶었다. 언뜻 봤어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내가 내세운 나의 약점은 약점이 아니었다.
내 주위 분들에게 나는 이래서 안 될 거라고 말했던 것들은 그저 핑곗거리였다.
첫째는 구독자수다.
응모기간 내내 200명만이라도 넘기면 하고 바랐다. 다행히 넘겼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천명은 넘어야 하는 거야. 그러니 친구도 구독 좀 해 줘."
부탁하고 나면 늘 민망했다.
나이 든 내 친구들은 부탁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모르거나 그냥 웃어넘겼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당선된 어떤 분은 구독자수가 50명도 안 되었다. 구독자 수는 변명도 되지 않았다.
둘째는 디자인이다.
멋진 사진을 올리고, 중간 제목도 감각적으로 달아낸 사람들 보고 주눅 들었었다.
"내 글은 눈을 끌지 않아. 내가 주목을 못 받는 건 다 그런 탓이야."
나름 외모에 신경 썼다. 후킹도 뽑아 큰 활자로 내걸고, 중간 제목도 달았다.
웬걸, 대문 사진 한 장 안 올리고, 그저 맨바닥에 글만 쓴 분도 뽑혔다.
꾸밈은 그럴듯하게 보여주어도, 그저 꾸밈일 뿐이다.
셋째는 나이다.
"늙은 건 티가 나기 마련이고, 알게 모르게 문장에 드러날 거야."
독자가 나이 든 나의 글을 피할까 봐 지례 오그라 들었다.
그런데,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 1>이 수상했다.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었고, 다만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였다.
팔십의 나태주시인은 인기를 몰고 다니며, 백세 넘은 김형석교수 책이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가지 않는가.
겪고 나니, 내가 정말 잘못짚고 있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졌다.
나는 글의 뭉툭함을 기술로 덮으려 했다.
문장을 매만지고, 분칠을 해댔지만, 정작 끌림의 힘이 모자랐다.
라디오 프로듀서시절, 나의 멘토 독일 피터 레온하르트 브라운이 기술에 집착하는 나를 보고 했던 말이 떠 올랐다.
"방송은 기술이 아닙니다. 기술을 들으려고 라디오 듣는 건 아닙니다. 방송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 말을 수없이 되뇌었으면서도, 나는 글쓰기에서 여전히 기교나 기술을 붙들었었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를 잘 쓰는 법에 홀려있었다.
지나고 나니 드러났다.
끌리는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눈길이 저절로 가는 이야기, 안 보면 아쉬워할 이야기였다.
언젠가 내 글이 선정되야겠다는 목표는 이제 접어야겠다.
이야깃거리가 될 삶을 사는 게 먼저 아닐까. 내가 사는 모습도 좀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시야가 바뀌는 그때, 글도 달라지진 않을까.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 오답노트를 써봤다.
내 갈 길 저 너머가 히쁘옇게 보인다.
2025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던 저의 브런치북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edsideview
김승월의 브런치북에서는 '세월가니 보이는 이야기,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것' 들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