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의 봄

어려워서 도망치고 싶지만

by 김작가


나이 들면 더 사랑하고 더 재미있게 살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데

흔한 말이면서도

실천할 때는

이보다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전혀 없을 수 있을까만은 예상되는 사항은 개선하고 싶다.



앞으로 중국어 수업 시간마다 시험을 보기로 했다. 수업 시간에 들을 때는 ‘그렇구나’ 이해하지만 돌아서면 중국어로 말할 일이 없어서인지 다 잊어버린다. 숙제하며 외우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다 까먹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성조는 왜 이렇게 자주 변하고 뜻까지 바뀌는지 나를 혼란스럽고 지치게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병음은 같은데 한자는 다르게 쓰는 경우, 병음과 한자가 같아도 뒤에 어떤 글자가 오는지에 따라 성조가 바뀌는 경우, 확 와닿지 않아 헷갈리는 문법 표현 언어들, 가족을 셀 때 두 명이면 써야 하는 말, 넣어도 되고 빼도 되지만 부정 표현할 때는 꼭 넣어야 되는 말, 나이에 따라 다르게 쓰는 말, 구어와 서면어의 다른 표현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불편 사항은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언어에서 방위와 시간, 요일 등의 표현이나 인사말, 단어를 많이 알아야 대화할 수 있다. 기본 문장이든 변형되는 표현들이든 내가 익혀야 한다. 그런데 몹시 부담스럽다.


입문과정 할 때는 일주일에 1시간의 수업을 위해 3~4시간을 준비했다. 기초과정 시작하고는 7~8시간을 수업 준비로 할애하고 있다.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써보지만 휘발되어 사라지고 남는 게 없다.


알고 있다.
내가 중국어를 배우기로 선택했으니 그냥 해야 한다.
그런데 힘들다.


단어와 문장을 외우려고 종이에 쓰다가 어깨와 손가락이 아프고 등이 끊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듣기에도 어색한 발음으로 녹음을 따라 읽다가 목도 아프고, 성조를 제대로 하려고 고개를 움직이다 보면 어지럽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무리해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은데 중국어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불편하다.


알고 있다.
그래도 계속 연습해야 외국어를 할 수 있다.
열매는 하루아침에 열리지 않는다.


나도 잘하고 싶다. 생각으로만 외국어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으나 못한 일에 ‘외국어로 대화하기’가 있을 것 같다. 외국어 못한다고 죽지는 않지만 외국어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하던 바람이 아쉬움으로 남아서다. 아쉬움은 후회로 연결된다.


중국어 선생님이 내가 문장을 더 잘 다질 수 있도록 수업 진행해야 한다며 핑곗거리를 찾아보지만 결론은 내가 연습해서 내가 할 수 있어야 할 뿐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가르쳐줘도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남 탓하지 말고 내 중국어를, 내 일상을,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중국어 못해도 사는 데 지장 없잖아’ 하면서 외국어 공부로부터 도망치려는 내 속의 유혹이 달콤하다. 중국에 가서 살 생각도 없고 어쩌면 훗날 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마음 정도라 공부가 절박하지 않은 모양이다.


외국어 공부가 어쩌면 이리도 삶과 비슷할까?


외국어를 잘하고 싶지만 어렵다. 공부하면 할수록 배우고 익혀야 할 게 많아진다. 누군가는 쉽게 외우고 능숙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기본적인 것을 익히기도 어렵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노력한 부분을 기억하기보다 타고나기를 잘났다고 부러워하고, 나보다 못하는 사람에게는 왜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그 못난이에 속한다 싶으면 숨어버리기도 한다. 외국어를 못하니까 더 연습하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행동은 하기 싫어한다. 그러다 보면 외국어를 잘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부대껴도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괜찮아진다.


조금 공부하고 많이 알기를 바라서 탈이다. 봄에 씨앗 뿌리면서 열매가 안 열린다고 징징거린다. 지금은 봄이니까 씨앗 뿌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물도 뿌려주고 자라는 속도에 따라 거치대도 만들어줘야 한다.

오늘도 중국어 책을 잡는다. 오늘 외우고 잊어버려서 내일 다시 외워야 할 수 있다. 읽고 싶은 다른 책도 있고, 영화 보며 멍 때리고 싶고, 중국어 공부 안 할 이유를 더 찾고 싶지만 외국어 익히기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렵다고 도망치고 나중에 후회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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