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텃밭 모임

흙을 만지며

by 김작가


봄기운을 받아 도서관의 텃밭 모임에 참여한다.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만나서 커다란 화분에 꽃과 식물을 가꾸는 모임이다.

흙과 나무 가까이 있으면 편안한 기운을 느낀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흙이나 농사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벌레를 만나면 놀라서 도망치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곤 하더니 텃밭 모임에 참여하는 기회를 맞이했다.


낯선 사람들을 도서관에서 만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모인 공간이라서인지 낯가림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 작년부터 참여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처음인 사람도 있다. 오늘은 감자와 꽃씨를 심는다고 한다. 한 분이 작년에 수확했다는 목화씨와 들깨, 콩 등의 씨앗을 꺼내놓고 싹이 난 감자를 꺼내서 어떻게 심어야 할지 설명해 주고 어느 화분에 심을지도 서로 고민한다. 감자는 햇볕이 잘 드는 화분에 심어야 하고 간격을 30cm 간격으로 해야 하고 싹이 있는 쪽으로 감자를 잘라서 땅속 깊이 심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감자 심을 화분을 고르고 흙을 뒤집는다. 화분의 흙 속에 남아 있던 뿌리들을 골라내고 새 상토를 가져와서 섞어준다. 맛있는 감자를 먹으려면 맛있는 감자를 심어야 한단다. ‘수미감자’ 이름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슈퍼마켓에서 수미감자를 팔던데 그게 맛있는 감자였구나 생각한다. 농작물에 대해서도 나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흙을 뒤집고 잔뿌리를 치우고 감자를 심는데 행위 자체가 시간을 잊게 하고 잡념도 사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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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심었다는 보리가 10~15cm 정도 자랐다. 오늘 보리도 더 심는단다. 보리순을 잘라서 비빔밥 해서 먹어도 맛있고 텃밭에서 자란 다른 채소와 곁들여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고 한다. 꽃잎을 따서 샐러드 위에 올리면 멋진 플레이팅 완성이란다.


루피너스를 옮겨 심으라고 해서 뿌리를 감싼 흙을 듬뿍 퍼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1층 텃밭으로 들고 간다. 나와 함께 내려간 분이 작년에 1층 텃밭에 어떤 식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데 직접 키운 장미의 아름다움을 오늘까지 간직하고 있다. 씨앗이 있었는지 연약한 듯,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 팬지와 비올라를 구분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언뜻 보면 똑같은 모양이지만 자세히 보면 팬지는 꽃잎에 줄이 없고 비올라는 꽃잎에 줄이 있다.


루피너스를 어느 화분에 심을지 한참 고민한다. 키가 꽤 크는 꽃이라 뒤쪽으로 심어야 한다기에 2층 텃밭에서와 마찬가지로 흙을 뒤집어 부드럽게 만들고 잔뿌리를 치우고 공간을 만든 다음 루피너스가 잘 자라기를 기원하며 정성을 모아 심는다. 상추가 얼굴을 내밀어서 한쪽으로 모아 줄을 맞춰 심는다. 화분에 농사짓기도 손을 사용할 일이 많다. 요즘 시골은 농사 준비로 바쁘겠다.


건강 때문에 슬렁슬렁 참여하기로 한 텃밭 모임인데 흙이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 고구마도 캐보고 고추 따기도 했다. 흙에 비닐 씌울 때 부모님을 도와 드리기도 했지만 일을 하는 척하다 마는 수준이었다. 부모님은 다리에 마비가 와서 한동안 걷지 못했던 나에게 일을 많이 시키지 않았다. 거기다 벌레를 만나면 놀라서 도망쳐버리는 나이다 보니 농사짓기에 참여한 적이 별로 없다.


나는 흙에 대해서 모르고 농사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흙에 발 디디거나 흙과 나무 옆에 있으면 좋다. 기운 없어서 몸이 바르르 떨릴 때 침대에 누워 있기보다 나무에 기대어 호흡을 고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다. 좋은 경험 덕분에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앞으로 흙, 식물, 꽃과 만나게 될 나의 경험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몰라도 몸을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연 속에서 좋은 순간으로 물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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