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즐거움

도서관 텃밭 모임

by 김작가


사나흘 먹구름 가득하거나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파란 하늘에 뜨거운 햇볕이다. 눅눅한 기운을 빨랫줄에 널어서 말려야겠다.


장마가 끝나기 전에 감자를 수확해야 한단다. 도서관 텃밭 모임에서 감자를 캐서 요리하기로 했다. 첫 만남이 감자심기여서일까. 텃밭 모임에서 감자와 관련된 일이 있으면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흙이 부드럽다. 감자 대를 잡고 조금만 당기면 쑥 당겨진다.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었던 감자가 흙 속에 열매를 주렁주렁 품고 있다. 손톱 크기의 감자는 흙 속에 그냥 묻어둔다. 내년 봄에 새순이 나고 실한 감자를 나 보란 듯이 품기를 바라면서.

수확한 감자는 요리실로 가져가려고 흙을 물로 대충 씻는다. 연노랑의 때깔 고운 감자가 맛있어 보인다.


감자를 캐고 흙을 정리한 후에 고구마를 심는다. 파프리카 씨도 흙을 손가락으로 구멍 내서 두세 알씩 심는다. 고추 두 개가 열려서 따고 내 손바닥 절반 크기의 깻잎을 땄다. 샐러드의 풍미를 위해 당근 잎도 몇 가닥 잘라준다. 해바라기도 종자마다 다른지 내 허리춤을 웃돌게 자라서 얼굴 크기의 꽃을 피우기도 하고 첫돌 지난 아기처럼 작고 사랑스럽게 자라기도 한다. 하얀색 꽃을 한 입 꽉 차게 피운 당근 꽃은 내가 가위로 잘라서 챙겼다. 언뜻 보면 비슷한 모양의 방풍나물 꽃도 잘랐다. 구부정하든 반듯하든 꽃이 예뻐서 화병에 꽂으려고 한다.


도서관 요리실은 시설이나 조리도구가 깨끗하다. 의자도 준비되어 있다. 요리해서 자리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잘 정리하면 된다. 네 명이 학교 교실 2~3개 넓이의 요리실에서 감자를 씻어 삶는다.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며 수박을 먹는다. 씨를 꿀꺽 삼키는 사람과 뱉어내는 사람의 숫자가 똑같다. 씨를 먹는 사람은 발라내기 귀찮지 않냐고 하고 씨를 먹지 않는 사람은 목구멍에 걸리지 않냐며 신기해한다. 수박씨에서 시작한 대화는 포도씨와 고구마 껍질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한다. 씨는 먹는데 껍질은 안 먹기도 한다. 각자의 습관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그래?”라며 서로의 취향에 호기심을 보인다

.

수박껍질 볶음도 맛이 괜찮다는 말에 지금 당장 요리를 시현하라고 요청한다. 수박의 빨간 부분은 다 먹고 초록색 부분은 벗겨내고 하얀색 부분을 칼로 쓱쓱 잘라서 팬에 소금 한소끔 넣어서 볶는다. 들기름과 참기름은 없어서 빼고 들깻가루를 넣어 마무리한다. 먹을만하다. 쫄깃하고 말랑하게 어우러진다. 사용 방법에 따라 음식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수박 먹을 때는 수박껍질 볶음도 해 먹어야겠다.


삶아진 햇감자를 맛본다. 껍질마저 고소하다. 작은 감자는 버터를 두른 팬에 볶고 큰 감자는 잘라서 오이, 고추, 맛살, 견과류와 섞은 후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려서 샐러드로 탄생했다.


35(220712)함께 하는 즐거움.jpg


수박과 샐러드를 먹느라 마스크를 벗었다. 한 분이 나더러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더 예쁘단다. 예쁘다는 말이 행복해서 하늘로 날아오른다며 좋아하니까 다른 분들이 함께 웃는다. 하얀색 머리카락이 늘어가는데 예쁘다고 말해주니 감사하다. 나중에 거울을 보니 텃밭에서 일하다가 흙이 얼굴에 묻은 채였다. 흙 묻은 얼굴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텃밭 동아리 사람들이야말로 얼굴도 마음도 예쁘다.


텃밭 동아리 사람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만나서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제각각으로 피어나는 해바라기의 생김새를 함께 바라본다. 방울토마토 순을 따거나 풀을 뽑는다. 텃밭에서 꽁냥꽁냥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다.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 하나를 누가 먹을지 서로 양보하기도 한다.



감자를 수확하고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가 잘 자라는지 파프리카 순이 올라오는지 궁금해서 앞으로도 텃밭에 갈 일이 많을 것 같다.


흙을 만지며 서로에게 친절한 텃밭 동아리 사람들. 텃밭에서 채소나 꽃이 변화하는 모든 순간에 열린 눈과 귀와 마음이다. 텃밭에서 함께 어울리며 각자 이만저만한 문제를 해결한다. 비교하지 않고 각자의 사정들이 잘 해결되기를 기원한다. 인생길에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좋은 관계. 살면서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함께 웃는 사이에 눅눅한 기운이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뜻밖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