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하는 봄

입춘을 지나며

by 김작가


봄이 시작되었다. 입춘(立春)이다.


입춘(立春)은 24 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새해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궁중에서는 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장만하여 수라상에 올리고 민간에서는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먹기도 했단다.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서 풍년이 될지 흉년이 될지를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새해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만나 대학교에 편입하여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로 했다.


중년의 나이가 숫자에 불과할지 몰라도 대학교라는 틀 안에서 공부를 시작하려니 긴장된다. **사이버대학에 편입원서를 제출할 때부터 어려움을 만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고 양식에 맞춰서 서류를 내는 일이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장학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최상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합격 통지를 받고 수강 신청하는 과정은 어떻게 공부 계획을 짜야하는지 중심을 잡지 못해서 고민하다가 들어야 할 것 같은 과목의 수강 신청을 놓쳤다. 학교에 연락하니 이달 말일 즈음에 수강 과목 변경하는 기간이 있다고 한다.


**사이버대학 학과사무실에서는 수강 신청할 때 직접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다. 졸업요건에 맞춰서 수강 계획표를 세우라고만 말한다. 나는 낯선 분야를 무엇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야 하는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온라인 오리엔테이션 할 때 참여해 보니 복수 전공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편입해서 전공과목 수강계획도 세우지 못했는데 복수 전공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쉬워 보이는 과목은 없고 졸업요건 채우려니 막막하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고민하다 수강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뒤늦게 학기별로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표를 짜고 있다.


삶의 고단한 순간과 만날 때 누군가 나타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기를 바랐지만 삶은 언제나 그 순간과 내가 직접 대면하기를 요구했다. 내가 그 순간과 만나서 기꺼이 경험하며 배우기를 원했다.


나이 들어서 뒤늦게 대학교에 편입하지만 아무도 어떤 과목부터 어떻게 공부하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홈페이지에서 등록금 추가 납부 금액 찾을 때도 한 시간이나 헤매는 내가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게시판이나 토론방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시험에 응시하고, 과제 제출하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겁난다.


그래도 나는 편입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음 가는 대로 이런저런 공부를 통해 배우는 과정도 좋지만, 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에 호불호(好不好)가 있듯이 내가 즐겨 읽는 책도 한정적이다. 나의 시야가 너무 좁혀지지 않도록 대학교에 편입해서 열린 눈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어렴풋이 좀 더 공부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올라왔는데 올해 시작하기로 용기를 냈다.


배우기는 세상에서 참 좋은 일이다. 배움을 통해서 지식을 익히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지식과 이해가 지혜로 펼쳐져서 나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면 좋겠다.


입춘날 농가에서 보리뿌리를 캐서 풍흉을 점쳤다지만 나는 중년에 사이버대학에서 낯선 공부를 시작하며 새로운 봄을 시작한다. 공부가 나와 누군가를 이롭게 하고 웃음을 주면 좋겠다. 봄이 되면 새순의 모습에 그저 미소가 떠오르듯이.


편입해서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런저런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내가 지금 무엇을 만나고 있는지 지켜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3학년으로 편입했으니 4학기 만에 졸업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그 마음을 내려놓고 사이버대학에서의 늦깎이 대학 생활을 즐겨보면 어떨까 싶다. 나이가 드는 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보증서를 받은 거니까. 그래도 안전하고 자유로우니까.


공부 계획표를 작성했다. 우선 전공하기로 한 분야부터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영역별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있어서 어려워 보이는 과목이더라도 두 눈 질끈 감고 수강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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