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둘이서
냅다 멈추고 바다에 간다.
가야 할 이유보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을지도 모른다.
피로가 누적되고
몸은 신음을 꾸역꾸역 삼키고
바쁘다고 미뤄둔 일은 쌓여있고
몸의 기운 북돋우며 마음 추스르고 싶은 날
눈앞에 쓸고 닦아야 할 것이 내 손길을 기다리는 날
냅다 멈추고 80 중반의 엄마와 바다로 간다.
나이 든 엄마와의 여행은 마음만 있을 뿐 쉽게 미뤄진다.
작년 봄과 가을에도
올해 봄에도
엄마랑 함께 시간 보내야지 생각하고
말도 꺼내지 않았다.
비 내리면 비가 와서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또 미뤄질 테고
내 일상은 해야 할 일들이 반복될 테니 이틀쯤 멈춰도 상관없을 거다.
여행 가자는 말에 좋다는 말보다
심방골밭이 어떻고
늙은이가 어떻고 하는 엄마에게
딸이랑 둘이 바다도 보고 맛있는 거 사 먹자고 했다.
엄마가 내게 해주기를 바랐던
내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순간으로
잠시 멈춰 있고 싶다.
엄마랑 둘이 냅다 바다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