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로 와줘서 감사해
아기는 우는 동안 공기를 빨리 마시고 길게 내쉬는 일을 반복하면서 성대에 힘을 넣고 폐 근육 조절하는 방법을 익힌다고 해. 호흡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는 거지.
경이롭지 않니?
네가 아기일 때 성대에 힘을 넣고 폐 근육을 조절하려고 그렇게 울었나 봐.
너를 임신하고 조산기가 있어서 분만실에 들어갔어. 태아는 35주를 전후해서 폐가 형성된다고 해. 35주에 태어난 너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가 2주 만에 나의 품에 안겼어. 그 순간의 감동이 아련하다.
감동은 너의 울음으로 인해 당황으로 바뀌었어. 먹지 않고 열이 나고 설사하고 토하며 우는 너를 안고 3일 만에 입원했어. 그나마 너와 내가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네가 태어나 100일이 될 때까지 거의 매일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거나 입원하고 있었어. 백일 이후에도 너의 장염과 폐렴이 바람 잘 날 없더라.
너는 온 힘으로 울었어.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고 잠이 깨면 다시 울고.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면 자지러지던 너.
누가 꼬집기라도 하는지 하루에 몇 차례씩 자지러지던 너는 다섯 살 쯤부터 장염과 폐렴이 괜찮아졌어. 한 번 울면 최소 한 시간 이상 울던 모습도 사라졌어.
우는 너를 안고 엄마도 많이 울었어. 아픈 네가 안타깝고 우는 네가 힘들고.
너는 엄마를 성장시키는 엄청난 스승이었는데 엄마 역할이 처음인 내가 잘 몰랐어. 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너는 언제나 온전했어.
내가 너를 끌고 가려고 애쓴다고 착각한 적도 있는데 사실은 너의 뒤에서 너를 따라가기 버거웠던 거야.
분만실에서 8일 동안 너만 생각하고, 너에 대한 사랑으로 견딘 경험은 나에게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했어.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했어. 너는 내가 이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파악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했어.
나는 요즘 네가 흥미로워.
우주 속에서 네가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
너를 바라볼 때마다 전전긍긍하던 나의 걱정이 사라졌어.
유난히 심하던 너의 낯가림과 울음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시달렸던 흔적인 줄 알았는데 네가 이 삶을 건강하게 살기 위한 지혜였어.
너는 말을 조리 있게 잘해.
아기 때 많이 울면서 성대에 힘을 넣고 폐의 근육을 강화하고 플롯을 배울 때 호흡 조절하는 법을 더 익혀서인지 복식호흡이 자연스러워. 안정된 목소리로 조리 있게 말할 줄 알아.
너는 사람마다 다양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 누가 너를 휘두르려고 하면 ‘No’라고 할 줄 알아.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실천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것을 관찰하고 알아차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요청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기꺼이 용기를 내서 말하지.
알고 보니, 너는 성대에 힘을 주고 폐의 근육을 강화해서 네 몸을 치유하려고 울었어. 체내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분포한다는데 너는 자주 장염에 걸림으로써 엄마가 너에게 건강식을 주도록 유도했어.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분리되어 온갖 주삿바늘에 시달렸던 네가 세상이 그리 무섭지 않은 것을 경험하려고 엄마 몸에 붙어 있었어. 엄마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조절하며 자연스럽게 운동했어. 면역력을 향상하려고.
남들의 속도가 아니라 너의 속도에 맞춰서 걷던 너는 어느 순간 세상에 두 발을 디디고 사는 것에 자신감을 가졌어. 6학년 겨울방학에 처음 만나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가고 중학생 때 몽골로 자원봉사를 갔어. 특성화고를 다니다가 대학교에서 공부하기로 방향을 바꾸더니 대학교에 다닐 때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서 50년이 넘은 기숙사에서 살기도 했어.
너는 온전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어.
두려운 마음이 올라와도 삶의 문에 노크할 줄 알아. 용기 내어 문을 밀고 들어가기도 해. 때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알아.
너에게 열리는 삶의 문들이 찬란해. 네가 우주 안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모습이 감사해. 사랑하는 딸, 온전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네가 나의 딸로 와줘서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