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뺀 듯 안 뺀 듯

질경이싸움

by 김작가


질경이싸움에서 이기려면 힘을 빼야 한다. 질경이 꽃대를 반으로 접고 서로 엇갈려 잡아당기면 질경이 꽃대 하나가 끊어진다. 질경이싸움에서 이기려고 힘을 준 사람의 꽃대는 끊어지고 힘을 빼고 있던 사람의 꽃대는 멀쩡하다.


질경이는 밟히는 길에서 밟혀 찢어지는 물리적 파괴를 겪으며 살지만 튼튼한 유관속 다발을 지니고 있어서 영양분이나 수분 이동을 하며 유연하게 산다고 한다.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전체가 반응하지만 파괴는 그 부분만 망가뜨리기 때문에 생태학에서 생명체가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파괴보다 더 치명적이라고 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살기 원하는 좋은 환경에서는 경쟁이 심하다. 질경이는 밟히는 길에서 밟혀 상처 입으면서도 질기게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고 살아간다. 사람들 눈에 보기 좋은 꽃을 피워서 보호받으며 살기보다 길가나 빈터, 양지와 반음지를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산다. 어여쁘게 봐주는 사람 없이 밟히며 살지만 15세기부터 문헌에 이름이 기록된 존재다. 나물로 먹기도 하고 ‘차전자(車前子)’라 하여 종자나 잎을 차 대용으로 끓여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 발에 붙어서 퍼져나가기에 질경이가 살고 있으면 살만한 생활환경이라 안심해도 좋은 징표라고 한다. 길을 잃었을 때 질경이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단오를 지난 숲길에서 만난 질경이는 비를 맞고 촉촉하게 있는 힘껏 퍼져나가고 있다. 나물이나 차 대용으로서의 쓰임이 많든 적든, 상처 입으면 상처 입는 대로 꿋꿋하게.

꽃대를 엇갈려 잡고 질경이싸움 하는 사람에게 이기려고 힘주면 끊어지고, 꽃대를 붙잡은 팽팽함을 여여하게 기다리면 살아남는 삶의 지혜를 주면서.


생명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체로 태어나 다른 생명체로 탈바꿈할 수 없다. 화려한 꽃이 피거나 덩치가 크지 않다고 섭섭해한들 소용이 없다. 누군가를 이기겠다고 욕심부리고 힘을 잔뜩 주다 보면 온몸으로 스트레스받는다. 긴장해서 뻣뻣한 몸은 밟혔을 때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 몸 전체로 반응하는 스트레스는 생명을 위협한다.


길에서 자라서 ‘길경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질경이는 밟히면 밟히는 대로 유연하게 대응한다. 힘을 뺀 듯 안 뺀 듯, 밟히는 물리적 파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밟힘으로써 씨앗을 퍼트린다. 질경이가 가장 번식하는 시기가 단오 즈음이다. 무심한 듯 피워 올린 꽃대를 꺾어 질경이싸움 해본다. 상대를 이기려고 힘을 세게 주는 순간 질경이 꽃대는 끊어지고 이기려는 욕심이 가득해서 일부러 힘을 빼면 질경이 꽃대를 놓친다. 힘을 뺀 듯 안 뺀 듯 평정과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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