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노릇

말실수하고

by 김작가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어색해지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오버해서 반응하다가 안 해도 될 말을 하기도 한다. 제대로 사람 노릇 하기가 어렵다.


지인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수술했다. 며칠 전 수술했는데 경과가 어떤지 궁금했다.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없어서 걱정했다. 기다리다가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신이 없다고 했다.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4인 이상 집합 금지다. 병원 면회도 안된다. 지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직업이 뭔지도 알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한다. 연세 드신 분들이 수술하고 나서 섬망증을 앓으시기도 하던데 그런 증상도 있는 모양이다. 면회도 못 하고 어머니 상황을 전해 들어야 하는 지인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고, 쓰러져서 수술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황과 맞닥뜨린 어머니는 또 오죽할까 싶다.


내가 ‘아휴 어쩌나, 저런!’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냥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다 이런 맙소사!


“어머니와 OO가 평안하면 좋겠어요.”

말해놓고 놀라서 뒷수습하느라 횡설수설했다. 지금 상황에 어떻게 평안할 수 있을까? 내일이면 어머니를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하는데 거기서도 면회가 안 되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마음이 평안할 수 있냔 말이다.

어머니가 뇌출혈인데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거나 평안하다고 말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지인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이 흔들리는데 뇌출혈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머니나 가까이서 만나지도 못하는 지인이 오죽하겠냐고……


지인과 지인의 어머니가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속으로만 기원해도 됐는데 내가 습관적으로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실수했다. 미안하다. 지인에게 미안하고 말실수한 후 나 자신을 마땅치 않아해서 미안하다.


위로는 말이 아니라 눈과 귀 그리고 태도다. 그저 함께 있어 주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어려운 일 겪는 사람 앞에 서면 뭔가 말해 줘야 사람 노릇이라고 여긴다. 이럴 때는 이래야 하고 저럴 때는 저래야 한다는 강박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이 앞선다.


오늘 지인과 통화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기 전에 평안하라는 말이 먼저 입 밖으로 나갔다.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실이지만 내 말이 지인의 가슴에 닿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려운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지인에게 빨리 극복하라고 독촉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사람 노릇하려는 습관이 빛보다 빠르게 허튼 말을 내뱉었다. 주워 담을 수 없다.


전화 통화를 멈추고 지인과 나에게 미안하다며 정화했다. 그리고 지인과 지인의 어머니가 평안하기를 기원했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진심을 모아서……


사람 노릇이라는 허울에 갇혀 말실수하는 나를 알아차렸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해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 실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와도 관계 맺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말실수하듯이 누군가 나에게 하는 말과 태도도 실수일 수 있으니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그 사람도 사람 노릇 하려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일지 모른다. 사람 노릇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너그러움의 그릇은 넉넉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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