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

등락의 연속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

by 리차오란

2009년 1월 나는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되었다.

2009년 12월 7일 나는 민간인에서 군인이 되었다.

2011년 9월 28일 나는 군인에서 민간인이 되었다.

2013년 12월 24일 나는 민간인에서 조리사가 되었다.


찰나의 차이로 신분이 바뀐다.

군대를 제대하고 고졸인 나는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경험하며

내가 뭘 해 먹고살지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보험영업, 핸드폰판매, 자동차용품, 나이트클럽 웨이터, 편의점 알바

많은 것을 해보며 전부 1년이 못 가서 그만두고 말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가슴이 뛰질 않았고 멋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쉽게 쉽게 그만둬 버렸다.


주방일도 별생각 없이 입문했다.

'그냥 한번 해보지 뭐.'

아직은 부조리와 가벼운 폭력이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등짝을 때리거나 발로 툭툭 차거나 국자로 머리를 툭툭 치는 건 당연했고

양파를 깔 때는 다 같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했다.


"막내야 양파 깔 준비해라."

"네, 선배님!"


그때는 아직 20kg 망이 유통될 때라

20kg 피양파 4망을 가져와 커다란 고무 대야 두 개에 두 망씩 쏟아 넣는다.

흙과 껍질을 헹구어 낼 용도로 수도 호스를 옆에 가져다 놓고

쏟아 놓은 양파에 양파칼 4개를 꽂아 놓는다.


목욕탕 의자를 간격을 두고 4개 가져다 깔아 놓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담배 4가치와 라이터를 들고 외친다.


"선배님!! 세팅 끝났습니다!!"

슬렁슬렁 동원예비군 3년 차 마냥 선배들이 다가온다.

나는 담배 4가치를 한 번에 물고 라이터 불을 붙인다.

실장님은 말보로 라이트, 조리장님은 던힐발란스, 칼판장님은 레종 블루, 나는 마일드세븐 슈퍼라이트.

다 같이 사이좋게 담배를 물고 양파를 깐다.


지금은 이렇게 일하면 신상 털리고 망하기 십상이겠지만 그때는 내가 막내였고 다 그런 건 줄 알았다.


나의 신분이 급격하게 변하던 시기에 현실을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매일 배워야 할 게 있고 익혀야 하고 실수하면 욕을 먹고 혼나기 바빠

시차 적응이 너무 어렵고 뭐 한다고 서울까지 올라와서 이걸 배우면서 150만 원 받고 월세 내고 살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매일 했었다.


참 고되고 정신없이 지나간 내 청춘, 조금 더 즐기고 행복했다면 좋았을 텐데!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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