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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고백

시험기간 공부하던 아들의 한 마디

아들의 첫 중학교 시험이 한창인 시험기간.

수학도 영어도 거듭 실수로 멘털이 바사삭 나락으로 떨어져 시험 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의 어깨가 툭,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데...


나는 다름 아닌 아이가 다니는 학원의 원장.

몸이 부서져라 아이들 시험대비로 몸도 만신창이에 쉰 목소리에 제정신이 아닌 채..


아이의 실수가 그냥 넘길 길인지 그냥 잘했다 수고했다

믿는다 응원한다 해주면 될 일을

너무 책망한 것은 아닌지


아이는 평소 정말 성실하고 모범적이다.

과제 한 번을 대충 하지 않고

선생님 말씀이며 부모 말이라면 무조건 듣고 따르는 순종적인 아이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쁜 말을 들어도 집어삼키며

굳이 상처를 덮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냥 착한 아이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착해서 귀엽고 사랑스럽다가도

짠하고 안쓰럽다.


시험기간. 수학을 첫 시험으로 신유형을 만나 놀라서 당황하던 차, 멘털이 흔들려 그곳에서 헤매다 다음문제부터는 잘 보이지 않더란다.


그러고서 아는 것도 틀리고 모르는 것도 틀려 그만 시험을 망쳤다고 한다. 수학은 아빠와 초1~4, 초5부터는 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었다. 6학년부터는 수학 원장님이 직접 가르치는 반에서 2년째 공부 중이다. 선행을 1년 정도하고 있는 중에 여름방학부터 천천히 1-2학기 부분을 겹쳐서 준비, 한 달 정도는 시험대비만을 차곡차곡했었다.


감정기복, 컨디션기복에 따라 수학실력이 왔다 갔다 한다는 수학학원 선생님 말씀이 있었다. 시험이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끝까지 잘 준비해서 평온한 밤을 보내고 시험을 치르러 갔던 차였다.


벼락. 나도 그 자신도 실망. 대실망으로

시험의 시작이 그토록 괴로웠다.


다음날은 국어, 영어

국어는 혼자 공부했고 영어는 우리 학원에서 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준비를 도와주었다.


국어는 평소 자신 있어하는 과목이며

영어가 본인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우며 어려운 과목이지만 준비를 가장 많이 했으니 100점 맞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시험 치며 들어오는데

친구가 아침에 본인 수학점수 몇 점 이라며 알려주고는 자신의 점수를 알려달라 해서 가르쳐 주었더니 온 동네방네 다 떠들어서 모든 친구들이 다 알고 있는 데다

국어 시험을 고는 아들의 시험지를 뺏아서 본인이 맞춰보고서 너 하나 틀렸네 하고 100점인 자신의 점수를 보이며 놀리더란다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너는 어차피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해도 모른다며 비아냥 거려서


영어시험 내내 영 집중이 안되어서 5번이나 훑고도 실수를 해 다소 아까운 점수를  맞았다.


어언 내일이면 긴 시험대비 기간의 끝.

사회, 과학을 친다.


아빠와 방학마다 공부하던 과학.

사회는 모든 과목 통틀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다.


세상 힘든 긴 시간 앉아서 공부라는 것은 처음 하는 아이가 첫 시험을 치는 것이 못내 기특하고 안 돼 보인다. 또한, 긴장을 많이 하고 부담을 많이 느끼는 아이라 내려놓고 편안하게 치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그랬더니 정말 편안하게 치기도 하고 긴장을 너무 하기도 하는 그 기복에 실수가 많고 알고 모르고의 정확한 경계를 몰라 틀린 것도 꽤 있었다.

 

시험 한 달 전 즈음 시험 잘 치르고서 기분 좋게 기분 전환 겸 글램핑 여행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쯤 되니 내가 아마 아이의 첫 시험점수로 지나치게 실망하여 아이를 보고 많이 질책하고 실수 없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많은 시간 들인 공치고는 시험 세 과목 성적이 영 맘에 안 드는 엄마는 애써 감추며..


엄마는 네가 몇 점 맞든 여전히 널 사랑한다고 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를 무한경쟁사회로 밀어 넣은 것 같아 이 나라가 싫다고도 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어떠냐고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아빠에게도  이 일이 버겁고 힘들어 몇 년이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난 아이에게 기대했고

아이는 부담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눈치이다.


...

다그치는 내 모습에 놀라

아이는 울고 떨고 있었다.


혼내고 다그치는 내 모습, 그것에 주눅 들어 우는 아이 모습에 일그러진 내 욕심이 그득해 보였다.


아이는 그저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응원한다. 믿는다. 해주면 좋을 것을! 이란다.

...


사과했다.

내 신경과민이 일으킨 참사인 듯하다.


...

그런데

아이가 와서 이런다.


내가 엄마가 혼내면 우는 것은.

엄마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란다.


아.

 

이토록  가슴이 아리고

따뜻한 말.


사랑하는 사람.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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