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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눈치 좀 그만 봐

나랑은 또 다른 너를 키우며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엄마, 처음이기에 잘할 수도 없고, 잘 해내지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


세상 나 같은 역마살 낀 인간도 없을 터,

나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고부터는 줄곧 떠돌이 생활을 했다. 대학 3학년때부터 호주며 뉴질랜드, 그리고는 미국유학까지. 나 혼자 여행은 이력이 났고, 여러 곳을 다니며 독립심 또한 대단했다.


한창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던 때.

눈이 침침하고, 귀가 먹먹하며, 무언가 신체적 이상이 올 때 즈음, 전 남자친구이자 현 남편이 청혼을 해 왔다.


준비 없이 이끌려 결혼이라는 것을 했는데, 그리고도 나는 줄곧 바쁜 일정을 짜서 남는 틈 없이 배우고 일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계획하에 아이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는 축복 속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아이는 벌써 중학교에 입학할 날을 받아 둔, 청소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 편안하고 안적적인 것을 추구하는 내 남편 성격과 는 참 상반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 아들 녀석은 많은 부분 아빠를 닮았다.


이제와 살펴보면, 아들 녀석은 본인이 말하듯, '영역동물'인 듯하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도전하기보다 적응이 된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고양잇과 동물의 성향을 가졌다.


주일, 나어김없이 미사에 갈 준비를 하고 나섰다.  


성당은 갑작스레 지난여름부터 미국 유학시절 교리공부를 하던 그 시절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였다. 그렇게 아들을 동반하여 다니게 되었다. 그러니 아직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새 신자이다.


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성향과 다른 결혼생활, 육아, 일로 나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지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갑작스레 이사와 아이의 전학, 책 출간, 온라인 강의 등 여러 가지의 도전과 함께 내 삶에 큰 변화 중 하나가 성당에 다니는 것이었다.   


성당에서 일상에서의 지침을 치유받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녀님 뿐만 아니라 주변 신자분들과의 교감도 참 좋았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따뜻한 이야기를 오가는 순간도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는 나와는 또 다른 사람. 그는 성당에 다니는 친구들과의 어울림이 나쁘지는 않지만, 어색해했고, 특유의 모범생스런 뻣뻣함이 있어 몸으로 부딪히며 굳이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려 들지 않는다.


아이 아빠는 다니지 않고 나 아이 다니는 성당이기에 '신앙의 의미' 이외에도 우리는 제법 이 시간이 우리 둘만의 시간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아이는 '엄마를 위해 내는 소중한 시간'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듯하다.


당장 오늘부터는 가지 않겠노라 선언한 통에, 나 혼자 성당에 갔다.


그런데, 아이는 누군가 나에게 아이에 관한 안부를 물어면 내가 뭐라고 대답할지가 걱정이란다.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 '표준 FM 모범생'이기에 나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줄곧 인사이더(인싸), 아웃사이더(아싸)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단연 마이사이더(마싸) 시대에.

너는 너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 않는 아이란 말인가?


뭐 대수롭지 않은 듯, "남들이 너를 무어라 생각하든 너는 무슨 상관이냐?" 했지만, 속내에는, 아이가 '반듯한 가톨릭신자'이길 바라는 나의 바람이 가득 숨겨져 있다. 아들을 설득하거나 아들에게 강요할 마음은 아니지만, 들이 뭐라 하겠냐며 눈치라도 봐서 끌고 가고픈 엄마 마음이다.


한편으로는, 들이 다른 성향의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엄마로서 어떤 순간에도 아들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길 바란다. 자신보다 더 중요한 존재는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에 나아가기를 바란다.


남 눈치 좀 그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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