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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이용 안내서

by 마음햇볕




심리상담은 어떤 사람이 받으면 좋은가?

대상을 특정해놓지 않았지만 심리적 불균형이 심할 때는 권장하지 않는다.

심리상담은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인데 탐색 자체가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상담이 도움 될 수 있기도 하나 심리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상담보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상담받는 사람)의 심신 안전이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안녕과 복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상담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내가 처음 개인분석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 다급했다.

당장 마음에 열이 나니 원인이 어떻든 해열을 해야 했다.

다행히 해열이 되었고 전문상담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많은 수퍼바이저와 동료들이 함께 해줬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마음이 버티기 어렵다고 느낄 때 심리상담은 도움이 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혼자서 애써도 한계를 느낄 때.

타인을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자신이 타인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

사람과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

내 삶이 망한 것 같을 때.

나만 고통스러운 것 같을 때.

알 수 없는 뭔가가 가슴속에 있어서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지면.

내가 괜찮을 걸까 점검하고 싶어지면.

고통에서 완전하게 벗어나길 원하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질 때.

사는 것이 무서워지면.

다른 사람이 알면 별 것 아니라고 할 것 같지만 내게는 중요한 일인데 말하기 어려운 것.

대인관계 시작이 어렵다고 느낄 때.

대인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느끼면.

대인관계 자체가 두렵다면.

막연하게 죽고 싶을 때.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지만 두렵고 불안할 때.

일이나 공부, 관계 등 열심히 하지만 나아지지 않을 때.

자신이 싫을 때.

타인이 너무 깊이 원망스러울 때.

심리상담에서는 어떤 주제나 환영이다.

많은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주제는 자신이 싫음, 원망스러운 부모, 대인관계 불편감이나 고립감, 삶에 대한 두려움, 다양한 불안 등이다.

고통의 크기나 종류와 상관없이 상담이 가능하지만 오래 묵히지 말고 빨리 방문할수록 좋다.

마치 치아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면 치과에 빨리 갈수록 좋은 것과 비슷하다.

고통을 해결하는 상담은 언제나 가능하나 오래되면 마음이 굳어져서 해결에 시간이 걸리거나 만족감이 떨어질 수 있다.

상담받고 싶은 상태라면 상담은 어떻게 받는가?




며칠 전 아들이 내게 물었다.

“다른 센터보다 내담자에게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녜요?”

센터 전용 모바일 전화를 변경했는데 부재중 자동응답을 준비하는 나를 보고 한 말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가 좀 더 머물러 생각했다.

맞다.

다른 상담센터에 비해 내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는 내담자가 갑이다.

왜 나는 내담자에게 이리 마음을 쓰는가?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상담공부를 하고 상담실제에 자문(수퍼비전)과 개인분석, 여러 상담 워크숍에 참여했던 경험 때문이다.

내가 만났던 선배나 지도자들은 대부분 실력과 인성이 좋은 분들이었다.

하지만 약간씩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길 안내가 없거나 너무 간단해서 추가 검색이 필요했다.

또 주차가 어렵거나 안내가 없어서 고민할 때도 있고 도착해서 쉴 공간이 없어서 주변 카페에 가야 했다.

퇴근 후 서둘러 가느라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상담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욕구나 사정이다.

하지만 내게는 공부와 지도를 하려면 힘이 필요했고 개인적 사정에 마음을 써주는 선배, 지도자는 별로 없었다.

이것이 의존욕구일 수 있지만 작은 친절이 있기를 바랐다.

힘든 마음 때문에 상담센터를 가는데 센터 가는 길, 주차, 허기를 달래줄 간식,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아쉬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마음햇볕 심리상담치유센터는 작은 것도 친절하고자 했다.

지친 마음을 이끌고 마음햇볕에 오면,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쉴 수 있도록.

내담자와 상담 일정을 조율한 뒤 일정이 확정되면 센터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센터 주소와 대중교통으로 오는 길을 안내한다.

차를 가지고 오는 분들은 내비게이션을 대부분 이용하기 때문에 따로 안내하지는 않고 대신 주차 안내를 자세히 보낸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사진도 함께 보낸다.

문장으로 표현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센터 운영한 지 5년이 되었지만 센터 안내가 부족해 문의를 받은 적은 없다.

안내가 부족해도 내담자가 알아서 해결했는지도 모르지만.

마음햇볕 심리상담치유센터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이용 방법은 이렇다.

센터에 도착해 벨을 누르면 문을 열어드린다.

다른 상담센터들 대부분은 항상 출입문이 열려있다.

하지만 마음햇볕은 잠겨있다.

안전 때문인데 마음햇볕은 예약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

상담이 백 퍼센트 예약으로 이뤄지기에 센터에 들어오면 센터가 마치 자신만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센터에 들어오면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

실내화를 신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을 때 새로운 공간에 들어왔다는 무의식적 변화를 느끼기를 원한다.

둘째는 센터 청결과 깨끗한 공기 유지를 위해서다.

실내화는 춥고 더운 계절에 따라 다른 질감의 실내화로 바뀐다.

실내화를 갈아 신을 때 걸터앉을 작은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신발 신을 때 앉지 않더라도 가방과 핸드폰, 소지품을 잠시 놓아둘 수 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는 일회용 우산이 있는데 갑작스런 비가 내렸을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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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화를 신고 들어서면 왼쪽에 사탕과 차, 커피, 물이 있다.

차는 티백과 양을 조절해 마실 수 있는 차와 우리는 도구가 있다.

티백은 6종류 준비되어 있고 일반 차는 2종류다.

커피는 인스턴트 믹스 3종류가 있는데 마일드 믹스, 일반 믹스, 디카페인 믹스가 있다.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는 콜드 블루와 일반 아메리카노다.

자신이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는 드립백과 커피머신이 준비되어 있다.

드립백과 커피머신 이용 방법은 벽에 붙어 있다.

음료와 간식은 센터에서 먹을 수 있지만 가져갈 수도 있다.

먹지 않고 가져갈 수도 있고 먹고 가져가도 된다.

음료를 준비할 때 시선을 둘 곳을 위해 생화를 놓았다.

음료 코너 옆에는 상담 전문성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자격증과 사업자등록증이 놓여있다.

몸을 돌려 대기실로 향하면 원탁과 단단한 바닥의 일반 의자가 있고 오른쪽에는 다리를 뻗거나 누울 수 있는 평상이 있다.

평상 양 옆은 파티션이 있어서 시선에 바로 노출되지 않는다.

벽을 바라보고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쏙 들어가는 암체어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스툴, 그 옆에는 다리를 올릴 수 있는 푹신한 1인 소파가 있다.

자리마다 간식 접시가 있는데 캔디류는 3종류, 쿠키도 4종류, 파이는 2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원하는 자리에 소지품을 놓고 음료를 준비해도 되고 음료를 준비해서 원하는 자리로 가도 된다.

처음 온 내담자라면 개인상담 동의서를 작성하게 된다.

동의서를 작성하고 예약된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해도 되고 잠을 자도 되고 책(만화책, 동화책, 소설책이 준비되어 있다.)을 읽어도 된다.

핸드폰 충전기는 4종류가 있으니 각자 알아서 사용한다.

센터 전체는 화이트와 초록색으로 이뤄졌고 센터 대기실은 환하지 않은 조명이다.

대기실은 항상 스크린에 영상과 음악이 나온다.

음악은 재즈, 기타, 피아노 연주나 새소리, 벽난로 타닥이는 소리, 물소리가 음악과 함께 나온다.

각 자리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게 배치가 되어서 2, 3명이 함께 있어도 자신만의 시간 보내기가 가능하다.

예약된 시간이 되면 상담실장이나 상담사가 상담실 입실을 알려준다.

소지품과 음료를 들고 상담실에 들어간다.

내가 사용하는 상담실은 아담한 크기로 톤다운 된 초록색 벽지다.

스탠드가 2개 있고 천정은 간접조명이 있다.

오래된 원목 장이 1개, 상담 테이블과 상담자 의자 1개, 내담자용 1인 소파 2개가 있다.

공간이 작아서 많은 가구를 넣을 수 없지만 책장은 3개가 있다.

패브릭 커튼이 있는 창이 있는데 상담실 전체 분위기는 아늑한 카페나 작은 다락방 느낌이다.

나는 내담자가 상담실에 들어올 때 서서 맞이한다.

상담에 참여하는 내담자를 환영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내담자가 자리에 앉으면 나도 앉는다.

상담을 하고 끝날 무렵 다음 상담 일정을 논의한다.

내담자가 상담실을 나갈 때 나도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서 고개 숙여 인사한다.

50분 동안 낯선 사람에게 자신 이야기를 하느라 불편했을 수도 있어서 위로하는 의미다.

상담자인 나를 자신의 고통에 초대해 줘서 특별한 순간들에 함께 하게 된 점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다.

내담자도 내게 인사한다.

그 순간 내담자와 나는 동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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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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