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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카페의 비결

by 마음햇볕




날씨가 더우니 차가운 음식이 생각난다.

상담이 많아서 저녁을 간단히 먹어야 하기도 해서 냉면을 배달시켰다.

상담실장님이 배달 온 냉면을 차려놓으며 얘기한다.


“배달원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배달원이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와서는 맛있게 드시라고 하네요.”


그 배달원은 고맙다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던 걸까?

돈 냈으니 굳이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는지.

작은 친절은 더운 날에 다시 계단을 올라오게 하는구나 싶다.




상담센터를 운영한 지 벌써 5년이 되었다.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간다.

5년 동안 열심히 운영했고 시기도 잘 맞아서 다행히 상담센터 운영은 잘 되고 있다.

자리를 어느 정도 잡기 시작하고 나니 주변 동료 상담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졌다.

나도 센터를 오픈할 때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상담센터 오픈은 쉽기도 하면서 어렵다.

쉽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상담센터는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다.

그러니까 상담센터 열겠습니다라고 신고하면 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심리상담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필요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서 미래에는 허가제가 되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우리나라의 우후죽순 많은 상담 관련 자격들(국가공인자격과 민간자격을 합치면 대략 800여 종이 된다고도 한다.)이 국가자격으로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이건 나중 얘기고 현재는 최소한의 창업 비용만 있으면 상담센터 오픈이 가능하다.

그러면 누구나 오픈할 수 있나?

절차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운영 실제는 아니다.

간판은 달 수 있지만 상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전문성과 실제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국가공인자격과 몇몇의 민간자격으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자격증이 상담 전문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돌팔이인지 아닌지는 구분하게 해 준다.

이 부분이 상담센터 오픈의 어려운 점이 된다.

상담센터를 열면 저절로 내담자가 오고 상담을 못하는데 지속적으로 상담 요청을 하지 않는다.

고통 속에 있는 내담자는 상담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고통을 얼마나 다룰 수 있는지 단번에 눈치챈다.

그들은 고통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전문 자격증과 별도로 전문성을 벼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유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고통을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다뤄야 하기에 더 섬세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상담센터 오픈 고민에서 선택을 내리는 핵심은 상담사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강점, 이론적 숙달, 상담 실제의 다양한 경험, 역전이 관리, 상담의 의미와 지향점을 숙고했느냐다.

여기에 심리서비스 제공자로서 마음가짐이 되었느냐가 첨가된다.

군상담관으로 근무할 때 상담관 노조가 생겼었다.

노조가 생겨서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상담관들 협조는 저조했다.

내 경험에서 몇몇 상담관은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인식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불편해했다.

나는 상담사도 노동자라 생각하기에 노동자라는 것을 불쾌해했던 동료를 보며 씁쓸했다.

그들에게 상담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면 뭔가? 물었더니,


“하여튼 상담사가 노동자라는 것이 저급하게 느껴진다.”


라고 말했다.

음, 노동이 저급한가?

사람이 먹고사는 일에 급이 있었구나.

그러면 상담사는 어느 급에 속하나?

상담 과정에서 노동자인 내담자를 그들은 어떻게 볼까 싶었다.

상담에서 노동을 저급하게 본다고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닌 척하면서 속으로는 저급하다고 느꼈겠지.

같은 상담사로서 비위가 상했다.

인간중심 이론에서 강조하는 것이 일치성과 진솔성인데 그들은 머리만 끄덕이고 가슴은 차갑다.

몇몇 상담관이었지만 그들은 상담을 그만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너무 과격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담은 많이 안다고,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상담력이 오르지 않는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라고 말하는 상담사는 상담사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 아줌마다.

또는 “꼰대”다.

상담사 껍데기를 쓰고 힘든 사람에게 은혜와 팁을 전달한다고 생각하나?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상담사들은 내담자가 지불하는 상담료로 먹고 산다.

상담을 심리서비스라고 하는데 그러니 상담사는 서비스 노동자다.

노동은 정직하다.

내가 일한 만큼 번다.

나는 상담 노동자다.

상담센터는 일터이고 내담자는 심리서비스를 받는 고객이다.

손님은 왕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상담사들은 자신이 왕인 줄 아는 것 같다.

또는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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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와 포천 경계에 카페가 있다.

카페가 들어오기 전 그 건물은 작은 창고 같은 건물이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어서 카페가 생겼을 때 과연 잘 될까 싶었다.

그 카페는 차를 몰고 일부러 가야 하는데 그만큼 매력이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카페는 성공했다.

카페 앞을 지나갈 때 보면 주차장은 대부분 꽉 차 있다.

베이커리 카페인데 빵이 맛있나?

커피가 맛있나?

가보니 둘 다 맛있다.

그런데 요즘 카페들은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웬만하면 맛있다.

그 카페가 특별히 맛있나?

가보니 카페가 잘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니저 때문이다.

매니저가 참 친절하다.

카페 규정을 지키면서도 손님에게 쓰는 마음이 다정하다.

사람이 많아도 손님에게 신경 쓰는 노력이 보인다.

카페에 사람이 많기도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갔기 때문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정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카페 대기공간 문 쪽에 앉았는데 매니저가 오더니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주 안락하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북적이지 않아서 나름 만족했다.

매니저는 내부 테이블이 나오면 안내해 주겠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30분 뒤 매니저가 다시 와서 괜찮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마음 쓰였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문을 나가는데 매니저가 달려와서 문을 열어주며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챙기려는 마음이 전달되어 기분이 좋았다.

카페를 나오며 이곳은 매니저 덕분에 손님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매니저는 빵과 커피를 만드는 것 같지 않았지만 매니저의 친절은 카페로 사람을 끌었다.

서비스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친절한 껍데기를 쓴 것이 아니라 손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나는 상담센터 오픈 교육을 할 때 “내담자 선택을 부르는 상담센터”를 언급한다.

많은 상담사들이 센터를 오픈하면 내담자가 구름처럼 오기를 바란다.

내담자들이 오면 상담사로서 심리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담센터니까 상담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예비 센터장들에게 상담적 강점을 질문하면 모르거나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이 종종 있다.

상담전문가가 자신의 상담 강점이나 주 상담이론에 대해 숙달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담자가 많이 오면 어떻게 상담을 잘할 수 있나?

마치 치킨가게를 열어서 손님이 많이 왔는데 치킨이 맛없는 격이다.

오픈발로 당분간 손님들이 올 수 있겠지만 한 번씩 방문한 뒤 그 치킨가게를 찾는 손님은 없을 것이다.

치킨은 맛있는데 친절하지 않고 가게가 불결하고 불편하고 열고 닫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다면 역시 손님은 줄어들 것이다.

나는 상담센터 오픈 교육을 할 때 종종 치킨가게를 예로 든다.

그러면 교육에 참여한 상담사들이 쉽게 이해한다.

어떤 사람은 상담과 치킨을 비교하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도 상담사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겠다.

어쨌든 치킨가게로 비유해서 상담센터를 상상하면 쉽다.

내담자 선택을 부르는 상담센터는 센터 명칭부터 위치, 인테리어, 향기, 가구, 청결 등 모든 것이 내담자를 향해 있어야 한다.

상담자 욕구가 아닌 내담자 욕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친절”로 표현할 수 있겠다.

상담전문가로 전문성을 갖고, 지속 발전시키면서 친절하다면 상담센터는 잘 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하거나 성공하고 싶다면 그 분야에 전문성이 충분한지, 서비스 정신이 준비되었는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친절한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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