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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미

심리상담사 일상과 마음 4.

by 마음햇볕



가을장마인지 추석 연휴에 비가 자주 내렸다.

마땅히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쉬웠다.

연휴 후반에 비가 오지 않았던 하루,

사람 네 명, 강아지 한 마리로 구성된 우리 가족은

안국동으로 갔다.

안국동 헌법재판소의 백송,

사진이나 회화를 전시하는 작은 전시관,

공원 비슷한 정독 도서관,

그리고 적당히 먹을만한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

우리 집 막내 몰티즈 자두가 좋아하는 경복궁 돌담길.

평일 낮 안국동은 고요하다.

때로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하다.

특별한 계획 없이 경복궁 돌담길을 걷고

맘에 드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은

서울을 그나마 오고 싶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번 추석의 안국동은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원래 안국동에는 외국인이 많은 편이었지만

추석 연휴에 안국동은 무슨 박람회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붐볐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우리나라 사람.

사람과 강아지.

일 년 여만에 온 안국동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연말 명동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안국동에 거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길어서 그런지 휴일 느낌이 들지 않았나?

아니면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반가웠나?

그래, 휴일의 안국동은 이렇구나.

사람들을 피해 안국동 외곽 비탈길을 택했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얼결에 외곽을 걷게 된 사람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강아지도 제법 있었다.

개를 싫어하는 자두는 왕왕 짖었다.

자두의 짖는 소리는 타격이 적어서

사람들은 한복 입고 머리에 핀을 꽂은 자두를 귀여워했다.

마치 추석날 안국동에는 개들도 한복이지 하는 표정이다.

거리를 걷는 것인지 사람들을 피하는 것인지 모를

산책이 힘들게 느껴져서 반려견 동반 가능 카페에 갔다.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둔 덕에 카페는 답답하지 않았다.

대신 늦게까지 활동하는 모기가 신났다.

다행히 전자모기향이 켜져 있어 모기는 쉽게 피를 빨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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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음햇볕입니다. 저는 작지만 알찬 마음햇볕 심리상담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상담 관련 글과 "상담 소설"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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