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 증후군

- 현대인에게 깃든 50가지 문양

by 김네잎


▣ 램프 증후군 Lamp Syndrome



2016년 키워드가 ‘과잉 근심 사회’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만큼 걱정 속에 살며, 미래를 불안해한다는 겁니다. 무엇이 우리를 끝없이 불안하게 하는 걸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미디어의 발달이라고 합니다.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에게 과잉 정보를 제공하죠. 그래서 오히려 언제 어떤 사건 사고가 나에게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작용을 한답니다.




기린이 어미의 눈을 읽는다



어미의 어미는 그랬다 동공 구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아가야, 귀를 핥아주마 사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거라 바람이 가는 곳으로 온단다


소리 내어 말하지 마라 하등의 것들이 하는 짓이지


이 어미는 사바나를 떠나온 밤과 새벽을 기억한단다 정글에 갇힌 밤의 포효, 어슬렁거리는 푸른 눈동자, 야행을 나서며 서로를 경계하는 소리, 되새김 속으로 들어와 잘근잘근 씹히는 밤이었단다


그날 밤은 유난히 목에 목을 감고픈 밤이었단다 사바나의 새벽은 붉었지 암흑 속에서 숨죽여 흘린 피의 울음소리를 닮았지


사육장의 어린 기린이 어미의 눈을 읽다가 사바나로 가는 빈 길로 들어간다 잠 속에서 동공을 굴린다

- 김네잎,「기린이 어미의 눈을 읽는다」 전문.



기린 모자는 동물원에 있지만, 어미 기린은 아기 기린에게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칩니다. 아기 기린에게 "잠 속에서"도 "동공 구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구나 아가야"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며 걱정합니다. 여기에서는 밤에 서서 자지 않아도, 깊이 잠들어도 맹수에게 잡아먹힐 염려가 없는데도 말이죠. 그러나 저는 기린 모자가 천적 때문에 불안에 떨면서 살지라도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 Ernie J. Zelinski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 정도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96%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40%는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고 30%는 이미 지나간 일, 22%는 걱정할 가치가 없는 사소한 고민, 4%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랍니다. 이렇게 일어나지 않았으나 감당하기 어려운 걱정거리를 수시로 떠올리며 근심하는 증상. 즉 의학적으로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의 한 증상을 ‘램프 증후군 Lamp Syndrome’이라고 합니다.


‘램프 증후군 Lamp Syndrome’이라는 명칭은 『아라비안 나이트』 중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주인공이 수시로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듯 근심과 걱정을 수시로 불러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과잉 근심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이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사소한 일에도 걱정하고 고민하다 삶의 에너지마저 잃게 되고 만다는군요.


이 증후군은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 둘 곳이 없어서 어쩌나 걱정하며 침식을 전폐했다는 데서 유래한 '기인우천杞人憂天' 즉 ‘기우杞憂’라는 고사와 일맥상통합니다.


티베트에 이런 속담이 있다는군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참고 문헌

1) 연세나루정신과의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증후군_램프 증후군>, 2019. 12. 6. 10:56.

2) 다음 daum 백과 100.daum.net

3) 이현우,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www.asiae.co.kr, 2017.02.11. 08:00

keyword
이전 08화▣가면 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