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에게 깃든 50가지 문양
올리버 색스의『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보면 편마비 증상이 있는 한 환자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환자는 투덜거리죠. 밤에 잠에서 깰 때마다 침대 속에 털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사람의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죽어서 싸늘하게 식은 다리라고 말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성한 팔과 다리로 그것을 침대 밖으로 밀쳐냈고, 그러면 자기 몸도 함께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그걸 침대 밖으로 던졌는데 내 몸까지 딸려 내려간 거예요. 게다가 그게 내 몸에 붙어 있어요! 이걸 보세요!”
“이렇게 소름 끼치고 무시무시한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이건 방금 죽은 시체에서 나온 거예요!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에요! 소름 끼쳐요! 이놈이 나한테 달라붙어 있었던 것 같아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편측 무시 증후군 Unilateral Neglect Syndrome’ 환자의 반응입니다.
마루엽은 사람의 대뇌 반구의 위쪽 후방에 위치하며, 기관에 운동 명령을 내리는 운동 중추가 있는 곳입니다. 이 마루엽의 오른쪽이 손상되면 무시 neglect라는 아주 흥미로운 ‘편측 무시 증후군 Unilateral Neglect Syndrome’이 나타납니다.
편측 무관심
1
오른쪽 손목을 그어 시간을 멈춘다 태생부터 칼날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내가 잃어버린 위성은 왼쪽 방향을 선호했는데,
내가 가졌던 첫 숨을 초침이라 하고
당신이 가졌던 첫울음을 분침이라 하고
내가 잃어버린 첫 웃음을 시침이라 할 때
당신을 향한 나의 왼쪽이 그 모든 것을 버리고 풍경을 지우기 시작한다
2
나를 두고 간 사람은 오른쪽을 탐하던 왼손잡이다 왼손을 무한히 버리고 버리며 살았다 전셋집 옮기듯 여자를 옮겨 다니던 남자, 나의 오른쪽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 김네잎,『다층』, 2016년 봄호.
화자는 "왼쪽 방향을 선호"하지만 세상은 반대로 오른쪽으로 돌아갔나 봅니다. 왼쪽의 "그 모든 것을 버리고" 한 사람을 선택했지만 그는 "왼손을 무한히 버리고 버리며" "전셋집 옮기듯 여자를 옮겨 다니던" 나쁜 남자였나 봐요. 균형을 이루며 산다는 것, 누구에게나 가장 어려운 숙제가 아닐까요?
의학적인 측면에서 본 '편측 무시 증후군 Unilateral Neglect Syndrome’이란? 뇌 손상 시 이등분 행동에 이상이 발생하는데, 좌반구 손상 시 일정한 거리를 이등분할 때 이등분점이 실제 중앙점보다 좌로 치우치고, 우반구 손상 시에는 실제 중앙점보다 우로 치우치게 됩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우반구 손상 환자에게 검사자가 환자의 왼쪽에 서서 말을 걸 때, 오른쪽에 서서 말을 걸 때보다 훨씬 더 반응이 적을 수 있습니다. 또는 환자의 왼편에 어떤 물건을 놓고 그 물건을 집게 하였을 때 잘 찾지 못하거나 손 움직임이 느릴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뇌 병변 반대쪽에 의미가 있는 자극을 제시하였을 때 이 자극에 대한 감지를 못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단, 이와 같은 반응 장애가 기본적인 감각, 운동장애 때문이 아니어야 합니다. '편측 무시 증후군 Unilateral Neglect Syndrome’은 좌반구 손상 때 보다 우반구 손상 때에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Kenneth M. Heilman, Robert T. Watson, and Edward Valenstein, 1993)
‘편측 무시 증후군 Unilateral Neglect Syndrome’을 겪고 있는 환자는 접시의 왼쪽에 있는 음식은 먹지 않고 남겨둔 채 오른쪽에 있는 음식만 먹는다거나, 오른쪽 수염만 면도를 한다거나, 오른쪽 얼굴만 화장을 한다는군요. 그리고 스케치북을 주고 꽃을 그리라고 하면 꽃의 오른쪽만을 그린다고 합니다.
‘뇌’는 과연 어디까지, 얼마큼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 참고 문헌
1) 빌리야누르 라마찬드란,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바다출판사, 2006, p60.
2)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마고, 2012, p119.
3) 백민재, 「정상인에서 마지막 탐색 방향이 촉각 이등분에 미치는 영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인지과학과 학위논문, 2001,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