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양조 증후군

- 현대인에게 깃든 50가지 문양

by 김네잎

▣ 자동 양조 증후군 Auto-Brewery Syndrome



오늘은 마음과는 관련 없이 오로지 몸에만 나타나는 증후군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해요. 당신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헤어졌습니다. 물론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죠.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도로를 막고 음주측정을 하고 있군요. 당신은 당당히 측정기를 불었을 겁니다. 그런데 알코올 수치가 법정 최고치가 나왔다면?


'소화기관 발효 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자동 양조 증후군 Auto-Brewery Syndrome·ABS’ 환자는 맥주 양조나 빵을 발효할 때 쓰는 효소를 몸의 위와 소장에 가지고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양조장이 몸속에 있다고? 그래요.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몸속에서 맥주가 만들어진답니다. 참 난감한 증후군이에요.




도둑게 별자리



1

도둑게였지 집게다리 들고 그늘진 뒤꼍을 드나들던, 두 개의 문을 밀고 들어가면 항아리들 구석구석 쥐똥의 이정표 봄에 청상이 된, 두견주를 빚는 젊은 저 어머니 나는 두견주를 훔쳐 먹으며 치마가 짧아져 갔고 꽃은 항아리 속에서 제 빛을 잃어갔지 저 어머니 뜨거운 체액으로 잘 익히던 알콤한, 순식간에 달아오르던,


2

내 애인은 북서풍을 사랑해 상처를 나에게 건네준 걸 감추려고 주머니를 자꾸 뒤적이지 가방에 들어있나 그게, 서툰 인사법은 언제 익혔나 자꾸 숙어지고 내 입에선 으깨진 꽃잎, 붉은, 나는 처음부터 되새김질하는, 긴 혀를 가진 사람 입속에 접혀있던 혀가 주책없이 펴지면서 끌고 나온 것들, 문밖에는 밤이 와서 서걱거리네 작은 주먹들이 창문을 두드리고 빨리 이 계절이 옆으로라도 지나갔으면 좋겠어 나는 중얼거리며 혀를 접어 넣다가 목구멍에 꽂힌 별 하나를 건드렸네

- 김네잎,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천년의시작, 2020.



두견주는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을 말해요. 진통, 해열, 요통, 류머티즘 등에 효과가 있어 민간에서 치료약으로 쓰였답니다. 단맛이 돌고 황갈색을 띱니다.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이백과 두보가 즐겨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詩 속 화자의 어머니는 집안에 환자가 있었는지, 지극정성으로 두견주를 빚었나 봐요. 화자는 "저 어머니 뜨거운 체액으로 잘 익히던 알콤한, 순식간에 달아오르던" 그 "두견주를 훔쳐 먹으며" 한 시절을 혹독하게 보냈나 봅니다. "목구멍에 꽂힌 별 하나를 건드렸"으니 얼마나 아팠을까요?




CNN에 따르면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당시 42세의 한 남성이 음주 측정을 거부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혈액 분석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최고 기준치의 2.5배에 이르는 0.2%로 측정됐다고 합니다. 이는 한 시간에 맥주 10잔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수치인데 이 남성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다며 한사코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의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3년 뒤 뉴욕주 리치먼드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이 남성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남성을 조사한 결과 몸에서 자체적으로 알코올을 생성하는 희소 질환인 ‘소화기관 발효 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자동 양조 증후군 Auto-Brewery Syndrome·ABS’ 환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저널 ‘BMJ 오픈 소화기병학 BMJ Open Gastroenterology’에 실렸답니다.


다행히 항균요법 등 활생균을 이용하여 치료가 가능하다는군요.


술은 우리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기호식품입니다. 물론 '적당한'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죠. 조절력을 상실한 과한 알코올 섭취는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의존증'을 유발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참고 문헌

1) 헤럴드경제 onlinenews@heraldcorp.com, 2019-10-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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