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느 한 칵테일 바에서
번화가에서는 꽤 벗어난 작고 조용한 분위기의 마을 속에 자리 잡은 한 칵테일 바.
사실 술집이 들어서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이었다. 주변 사람 모두 그곳은 아니라고 말하며 말리기 일쑤였고 차라리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번화가 쪽으로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하였다.
하지만 민아의 생각은 달랐다. 번화가 쪽은 이미 없을 게 없는 음식과 물건들로 가득 찬 곳이어서 내가 들어선다는 것은 마치 반찬통으로 가득 차있는 냉장고에 또 다른 반찬통을 겨우 욱여넣으려고 하는 모습과 같다고 느껴졌다. 사실 20대 초반 시절에 반짝반짝하는 네온사인들의 밑에서 하도 돌아다녀서 그런가, 아직도 20대이기는 하지만 금방 그런 것들에 질려버리고 말았고 그래서 이러한 가게의 위치 선정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또 왠지 모르게 힘이 들 때, 술이 당길 때 혹은 퇴근 후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서 달달한 술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다. 일이 해결되거나 곧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날 밤은 그대가 어두운 밤하늘을 조금이라도 덜 바라볼 수 있게...
아무튼, 민아의 칵테일 바는 어느 정도 구색을 다 갖추었고 내일 당장 오픈할 예정이다. 약간은 가파를 수 있는 계단을 오르면 알록달록하지만 화려해 보이지는 않은 조명이 반겨준다. ‘push’와 ‘pull’의 문구가 적혀있지 않은 깨끗한 문을 열면 상쾌함이 뇌까지 느껴지는 종소리와 함께 아늑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에는 민아의 스타일이 엿보이는 깔끔하고 단조로운 장식품들이 놓여있고 왼쪽부터 시작해서 따뜻한 느낌이 나는 칵테일 테이블이 가게의 끝까지 이어져있다. 의자는 8개까지 놓을 수 있었으나,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5개만 놓았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민아가 있는 자리 뒤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들과 잔이 걸려있는데, 흔히 잘 아는 투명 유리잔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직접 고를 수 있게 색과 모양이 다양한 잔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게의 전체적인 조명은 밝지 않다.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때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민아의 심리상태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20대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는 점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특별히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슴속에 품고 살 듯이 민아 또한 그렇다.
어찌어찌해서 모은 돈과 대출을 합하여 가게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무언가가 자꾸 거슬리고 해결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꿈? 그냥 조금씩 돈을 모아 그걸로 하고 싶은걸 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더 이상의 직업 욕심은 이제 지쳤다. 경제적인 걱정이야 뭐... 평생 떼어낼 수 없는 거머리 같은 거 아닐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나를 불안하고 힘들게 만드는 걸까, 생각하다 보면 어느덧 문제의 결론은 ‘나 자신’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반복에 반복을 더하는 민아의 일상 속에서 ‘칵테일 바’라는 새로운 녀석이 비집고 들어오게 되고, 이 녀석과 함께 내일부터 조금은 달라진 일상을 시작하게 된다.
민아는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의 어두운 모습보다 그 안에 품고 있는 밝은 모습을 먼저 보는 날이 오겠지?”
(*다음과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