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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Mar 22. 2022

<피어 스트리트 파트 1: 1994> 리뷰

19세 이용가 구스범스 

  작년 넷플릭스는 신선한 시도를 한 공포 영화 3부작을 선보였다. 3부작을 동시에 촬영한 후 3주 간격으로 영화들을 공개한다는 방식을 취한 <피어 스트리트> 3부작이다. 장르적으로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물이지만 <스크림> 같은 작품과는 달리 마녀, 귀신 등 초자연적인 요소를 섞어넣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편 <1994> 에서 본 시리즈의 주요 사건을 소개한 뒤, 2편 <1978>과 3편 <1666> 에서는 수십 년, 수백 년 과거로 돌아가서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야심찬 이야기, 야심찬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1편부터 이야기 해보려 한다.



<피어 스트리트 1994>를 (어쩌면 3부작 전체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19금 구스범스' 라 할 수 있다. <1994>를 보면서, 몇 살 어릴 적 R. L. 스타인 작가의 <구스범스> 시리즈를 읽던 기억을 떠올렸다. 단순히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는 점 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 흐르는 '틴 드라마'의 분위기가 <구스범스> 시리즈와 유사하다. 실제로 감상 후 검색을 해보니 <피어 스트리트> 3부작의 원작이 바로 스타인 작가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라 한다. 


해골 가면과 검은 옷을 입은 모습은 슬래셔 선배 <스크림>의 오마주인가? 

  하지만 <구스범스>와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구스범스> 시리즈와는 달리,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는 (적어도 영화판은)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살인마들이 칼, 도끼 등을 들고 희생자들을 잔혹히 살해하는 등 유혈이 낭자하며, 선정적인 면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2017년 개봉한 스티븐 킹의 <그것> 영화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것>과 <1994>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10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호러 요소가 있는 성장 드라마물'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는 좋게 감상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공포감' 그리고 '긴장감' 등 일반적인 공포 영화의 기준에서 평가한다면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들이다. 공포 영화 답게 점프 스케어가 많이 나오지만, 그중 겁을 주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막' 무섭지는 않지만, 좋은 분위기와 캐릭터들이 영화를 이끈다.

  그렇게 일반적인 공포 영화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10대 드라마'라는 렌즈를 끼고, 그 전제 안에서 감상한다면 의외로 만족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반적인 공포 영화와 비교해서 한 가지 나은 점이라면, 촬영이 인상적이라는 것. 제작비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B급이나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고 화면 구성, 고어 효과, 색감 등이 훌륭하다. 많은 색들이 사용되고, 색감이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네온 조명이 사용되는 장면들도 있어 눈이 즐겁다. 



  이야기 전개 면에서 어떤 부분들은 무엇이 나오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쉬워 김이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솔직히 말해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도 없지 않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섞여 있는 쪽이다. 초반부에 뿌렸던 '떡밥'이 후반부 전개에 다시 돌아오는 스토리도 잘 짜냈다. 


3부작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디나와 샘의 관계.

  이 3부작이 어떤 영화들인지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1994>가 마음에 들었으면 속편들도 보고 싶을 것이고(누설하지는 않겠지만 이야기가 깔끔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속편을 예고하는 영상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굳이 시간 낭비하지 않고 다음 편들은 스킵해도 될 것이다. 다시 돌아보면 <1994>가 3부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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