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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Mar 22. 2022

<피어 스트리트 파트 3: 1666> 리뷰

실망감 반 무난함 반


  마지막 3편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스포 아닌 스포 한 가지를 해야겠다. 3편 <1666>은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10여 분의 런닝타임 중 첫 1시간은 수백 년 전 과거에서 펼쳐지는 <1666> 이고, 나머지 50여 분은 94년도의 배경으로 다시 돌아와 3부작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1994 파트 2> 이다. 먼저 <1666>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1편의 디나는 여기서 새라 피어 역을 맡는다.

  2편 마지막에 나오는 <1666>의 예고 영상을 보면, 첫 번째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30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데 왜 1,2편의 배우들이 등장하지? <1666>을 보면 1,2편의 등장인물들과는 관계 없는 1666년의 인물들이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1,2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모두 등장해 1666년도의 다른 배역들을 맡은 것을 알 수 있다. 혼란스럽지만, 여기까지는 큰 문제거리로는 삼지 않는다. 3부작을 정리하는 최종막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면 이해할 수 있다. 


  앞의 두 편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듯이,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의 매력은 공포감 보다는 세 가지 요소에 있다. <구스범스> 스러운 청소년 드라마 느낌, 미학(색감), 캐릭터들. 고등학생 및 10대 청소년들이 초자연적 살인마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나 우정이 중요시되는 이야기. 그런데 <1666>은 앞의 두 편과는 굉장히 다른 선택을 한다. 17세기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3부작의 주요 떡밥인, 마녀의 기원을 그리고자 한다. 


  이 시대적 배경이 <1666>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가 '공포' 요소로 먹히는 시리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갑툭튀나 긴장감을 원한다면, 그 방면에서 훨씬 잘 만든 공포 영화들이 널리고 널렸다.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만의 매력을 살려야 한다. 



  17세기가 배경인 <1666>은 내가 언급한 세 가지의 매력 중 그 어느 것도 챙기지 못한다. 10대들이 학교생활이나 캠프 활동을 하면서 우정을 쌓거나 관계를 형성, 발전 시키는 청소년 드라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구스범스>스럽지 않고, 오히려 제작진들이 <더 위치>를 보고 따라하려 하는 건지 의심이 든다. 색이 화려했던 전작들과 달리 색감도 칙칙하고 어둡다. 


  <피어 스트리트>의 연출 및 촬영 스타일은 그 시대와 장소, 캐릭터들에 알맞도록 선택된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벗어나 1666년으로 가버리니까 1,2편을 볼만하게 만들어주었던 매력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 각본에 알맞지 않는 연출을 한 영화를 보는 느낌. 보면서 진짜 재미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 


  안 좋은 쪽이 많이 두드러지지만, 그래도 몇 안 되는 장점을 이야기해보자면, 2편 <1978>과 마찬가지로 결말부는 꽤 좋았다. 마찬가지로 감정적으로 울림이 조금 있는 엔딩이다. 하지만, 엔딩이 인상깊었다고 <1666> 전체가 볼 만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장점들이라면... 음. 이보다 더 못 만든 공포 영화들도 있으니 그 급은 아니라는 것....? 



  2편을 보고서는 1편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었는데, <1666>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사실 <1666>을 다 보고 나서 너무나도 지루한 나머지 바로 <1994 파트 2>를 이어 보지 않고 꺼버렸다. 그리고 시리즈에 관심이 약간 식어 버려서 다시 남은 부분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두세 달이나 걸렸다. 중간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볼 시간이 없어서 내버려둔 드라마 시리즈 처럼. 하지만 끝내지 않은 시리즈가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호기심이 생겨 돌아오는 법이고, 결국 남은 50여 분을 드디어 감상했다. 


영상미는 꽤 좋은 수준이었는데, 긴장감 연출이 뒤따라오지 못했다.

 <1994 파트 2>는 <1666>보다는 낫다! 일단 야광 및 네온 색감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1666> 보다는 낫다. 하지만 카타르시스가 강하다거나, 그렇게까지 잘 만든 파트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가 공포 요소로 어필하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994 파트 2>는 긴장감이나 위기감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이 파트 자체가 1, 2, 3막을 가진 50분짜리 영화라기보다는, 한 이야기의 3막, 클라이맥스라는 이야기가 강하다. 실제로 3부작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내가 시리즈를 안 본지 꽤 되어서 이전작들을 감상한 시기와 <1994 파트 2>를 감상한 시기 사이에 간격이 좀 있어서 영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사건의 종결이 적어도 약간은 허무했다고 느꼈다. 다른 감상으로는, 동생 조쉬 역의 배우는 1,2편에서도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어색했다. 때문에 감상 과정에서 약간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컸다.

  2편과 마찬가지로 5점과 6점 중 무엇을 줄 지 다시 한 번 고민되는 순간이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볼만한 수준이었고, 3부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여정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본 점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긴장감이 너무 부족했으며, 진짜로 무난한, 평범한 내용물이었음이 거슬린다. 



★★☆




3부작 총평

손으로 그린 아트워크. 느낌이 좋다.

  아무래도 기존의 공포 영화들과는 다른 점이 많고, 다른 공포 영화와 유사할 것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본인도 큰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한 3부작이다. 영화가 세 편이나 되기 때문에 첫 편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들의 경우에는, 3부작을 다 끝낼 마음이 없어 중간에 멈춰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만의 시각적인 또는 내용적인 매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이 3부작과 안 맞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맞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를 만들려면 밋밋한 맛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그러한 '청소년 공포' 시리즈의 미학과 느낌을 가져오되 폭력성을 높인 이 시리즈만의 매력. 


  마지막 편을 조금 더 잘 만들었다면, 개인적으로 그래도 더 긍정적인 쪽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엄청난 망작이라 생각되는 시리즈도 아니고(<1666>을 제외하면),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미학적으로는 꽤 마음에 드는 시리즈였기에. 



  결론적으로는 좋은 요소들도 있지만 실망한 시리즈였다. 좋게 시작하더라도 끝이 좋지 않으면 안 좋은 쪽으로 기억된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 준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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