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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Jun 30. 2023

우주의 천사

보석처럼 촘촘히 박힌 별들로 우주는 빛났다. 은하수들은 서로 연결되어 만나고 한데 모여서 별들로 이루어진 눈부신 바다를 이루었다. 이는 고향 행성을 떠나 우주를 여행하는 이들, 직업상의 이유로 우주선에 오른 이들, 그리고 정처 없이 우주를 돌아다니는 떠돌이들에게까지 큰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론리 역시 어릴 적부터 별들을 보고 자란 수많은 아이들 중 하나였다. 비록 우주 화물선들에서 잡일을 맡아 하는, 우주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낮은 계급의 삶이었지만, 그는 고향 행성 땅을 떠나 푸른 하늘을 뚫고 별들을 누빈다는 꿈을 이룬 몇 안되는 아이들 중 하나였다. 지금은 비록 나이를 많이 먹었고, 어린 시절의 첫 인상과 감성은 지구의 메마른 바다처럼 희미해져 있었다. 우울하고 힘든 생활이었다. 죽을 듯이 마음속을 파고드는 외로움도 '론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론리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주고받던 가족 구성원을 잃은 후 그는 지구에 머무르거나 들려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론리는 자신의 질문과 고통에 대한 해결책은 지구가 아니라 저 우주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 광활한 우주 말이다. 이 생각은 그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론리는 힘들 때면 우주에 숨은,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했다. 그중에는 어린 시절 들었던 별들에 사는 우주 천사들이 있었다. 지금은 더 이상 믿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감성을 대변하듯 그의 머리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우주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어느 날이었다. 론리의 우주선은 수많은 사람이 탄 거대한 우주선이었지만 수백 년의 항해로 많이 낡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그가 겪은 그 어느 폭풍보다도 더 심하게 흔들렸고, 론리는 큰 불안에 사로잡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은하 구석을 탐험하고 있었기에 걱정은 더욱 커졌다. 만약 구조되지 못한다면 어쩌지. 우주선의 창밖으로 시뻘건 우주 폭풍이 보였다. 불길과 파편들은 서서히 우주선을 갉아먹고 있었고, 그 사이로 처음 보는 행성들과 보라색 별자리가 보였다. 론리와 선원들은 빨리 폭풍을 탈출하고 싶었으나, 그 심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풍은 붉은 입김을 불어제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폭풍이 검을 뽑아들어 우주선을 내리친 듯한 번개가 내리쳤다. 우주선은 그 즉시 커다란 구멍이 뚫려 파괴되기 시작했다. 론리는 은색 탈출정에 들어가 폭풍을 누비며 잔해 사이를 누볐다. 폭풍과 잔해를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곧 우주의 추위가 탈출정을 얼리기 시작했다. 론리는 자신이 이렇게 죽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외로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인식은 그의 바깥 뿐 아니라 그의 내면도 차갑게 얼리기 시작했다. 론리의 눈은 마법에 걸린 듯 잠겼다. 하지만 편안한 안식이 아닌, 두려움과 외로움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론리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자신을 감싸는 따뜻한 공기와 모래를 느끼면서였다. 눈을 뜨자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론리는 자신이 누운 이곳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숨을 들이키자 따뜻하고 행복한 공기가 몸으로 들어와 차갑고 외로운 마음을 데웠다. 그는 해변가에 있었다. 하늘에서 바닷물과 모래와 나무까지, 모든 것이 동화에서 나온 듯 신비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탈출정과, 그 앞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연하게 빛나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등에 달린 한 쌍의 날개였다. 날개는 드레스보다도 강하게 빛났다. 론리는 그녀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우주 천사가 분명했다. 론리가 깨어나자 천사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론리의 눈은 그녀를 따라 위로 향했다. 천사는 하늘의 별만큼 작아질 때까지 날아올라 사라졌다. 그녀는 별만큼이나 환하게 반짝여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천사는 마치 하늘의 별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론리는 그 천사가 자신을 구했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으로 론리는 어린 시절의 믿음 그리고 감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론리는 아직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이 행성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로 불리우게 되었으며, 곧 그곳의 사람들과 깊은 우정과 관계를 맺었다.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닌 외로움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수 년 후 이 행성도 은하계의 사람들에 발견되어 우주선이 오갔고, 론리는 드디어 우주로 다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행성을 그리워하면서도,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어린 시절의 열정 그리고 자신을 구한 천사를 찾기 위해 다시 우주선에 올랐다. 수십 년 동안 우주를 다시 누볐지만 그 어디에서도 천사는 찾을 수 없었다. 별들로 이루어진 바다에서 사는 이들에 대한 전설만 들릴 뿐이었다. 노인이 되어 다시 행성으로 돌아온 론리는 외로움이 떠나가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인물들로 가득한 삶을 보낸 것을,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것을 감사히 생각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론리는 이런 감사함과 더불어 자신을 구한, 자신의 삶을 바꾼 천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았다. 론리가 영원한 잠에 빠지는 순간, 론리 위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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