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고요하지만 어둡고 강렬한
<세븐> <조디악> 에 이어 <밀레니엄> 까지, 데이비드 핀처는 살인마와 살인 사건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차기작은 아예 제목부터 <더 킬러>던데) <밀레니엄>에서 핀처 전작들과의 연관점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세븐> 보다는 <조디악>이 더 연상되는 작품이다. 반대로 <밀레니엄>이 다른 영화들에 끼친 영향도 보인다. <더 배트맨>의 캣우먼은 많은 면에서 <밀레니엄>의 리스베트가 연상된다. <더 배트맨>이 핀처의 작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터무니없는 감상도 아닐 것 같다.
이미 수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루니 마라의 리스베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다니엘 크레이그의 미카엘과 공동 주연으로, 두 인물이 만나 사건을 함께 수사하기 시작하기까지 영화의 절반이 소요된다. 초반부는 리스베트 혼자의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당한다. 성미 급한 관객이라면 지루할 수 있다.
데이비드 핀처 영화답게, 시각적으로 탁월하다. <세븐> <조디악>까지 핀처의 영화에서 어두운 내용과 분위기를 담은 경우가 처음이 아니지만, <밀레니엄>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다. 그만큼 어두운 장면들과 내용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관계, (누설하지는 않겠지만) 엔딩 씬 등등 인간적이거나 감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3부작을 염두해 두고 캐릭터들의 설정에 집중한 것이 드러난다.
<세븐> <조디악>과 비교해서 살인 사건의 추적과 진실 밝힘의 과정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지만, 두 주연의 서사 그리고 관계 등을 눈여겨본다면,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핀처가 바라던 대로 3부작이 완성되지 못한 상황이니 자연스럽게 스웨덴 3부작과 원작 소설에 눈길이 간다.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크레딧 모두 음악이 탁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