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EU가 죽은 이후, 그 시신을 돌아보며.
Dir. by David Ayer
Starring. Will Smith, Margot Robbie, Jared Leto, Joel Kinnaman
다시 찾아보진 않았지만, 그냥 다시 생각나서 적어보는 몇년 전 영화 리뷰. 최근 DC가 리부트를 하고 그러니까 사망한(?) DCEU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2016년 DCEU는 정말 대단했었다. 물론 안 좋은 의미로...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호평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DC의 상황 그리고 슈퍼히어로 영화판도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다. 당시 <배트맨 대 슈퍼맨>이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이후로 이 작품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그런 기대에 무색하게끔 <돈옵저>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영화. 극장을 나오면서 <돈옵저>보다 못하다, 라는 것을 느끼던 게 기억난다. 화려한 마케팅과 ‘보헤미안 랩소디’를 깔은 훌륭한 트레일러를 보면서 느낀 감정과 영화를 실제로 보고 느낀 감정이 이렇게 다를 줄은.
유머는 <가오갤>과 <데드풀>을 의식한 듯 억지스럽다. 영화 시작 40분을 캐릭터 소개에만 할애할 만큼 지루하고 답답할 뿐 아니라 난잡하다. 그래도 그나마 그럭저럭 잘 흘러가는 영화였지만, 임팩트 없는 장면들의 나열로 김이 점점 빠지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완성도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마지막 전투는 아직까지도 최악의 슈퍼히어로 액션씬 중 하나일 듯하다… 안개와 물로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과 카메라워크, 밋밋하고 지루한 움직임, 유치함과 억지 감동까지, 좋았던 점이 하나도 없다. 캐릭터들도 디자인과 코스튬이 잘 뽑힌 것을 제외하면 크게 인상깊었던 인물들이 없다. 진짜 기억에 남는 건 ‘Heathens’ 등 훌륭했던 Ost랑 할리 퀸 빨간색 브래지어 뿐. 이 외에도 단점 나열하라면 끝도없이 갈 수 있지만 뭐 이미 혹평은 많이 받은 영화이니 난 여기까지만....
스튜디오의 난입으로 완성도가 망가진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 사건 이후로 워너 브라더스는 한발 더 나아가서 <저스티스 리그>에 더 큰 개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2023년 지금까지도 (구)DCEU 최악의 영화는 2017년판 <저스티스 리그>와 이 작품이 투톱일 듯. 후자는 스나이더 컷 발매로 부활을 한 기적을 이루었지만, 전자는 아직까지도 에이어 컷이 발매가 되지 않고 있다... 발매가 되긴 할까? 일단 에이어 컷 존재가 하긴 한다는데... 뭐 에이어 컷 대신 후속작 격 리런치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명작으로 뽑혀 나왔으니 그걸 대신 부활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DCEU에서 할리 퀸 3부작 중 평이 가장 나쁜 작품. <더 수스쿼>는 좋았는데 <버오프>는 아직 안 봐서 모르겠다. 적어도 이 영화보다는 재밌겠지…?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