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알록달록한 그 당시에도, 지금도 돋보이는 DC의 수중 어드벤처
Dir. by James Wan
Starring. Jason Momoa, Amber Heard, Patrick Wilson, Willem Dafoe
<아쿠아맨>이 개봉한 시기에 DC는 아마도 최하점의 암흑기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DC의 결정판이었어야 하는 <저스티스 리그>가 참혹하게 실패하면서 이제는 정말로 리부트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수많은 DCEU 작품들이 취소되거나 제작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도,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순조롭게 제작이 진행된 <아쿠아맨>은 2018년 12월에 개봉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DCEU에서 유일하게 10억 달러를 번 작품이 되었으며,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조커>와 함께 10억 달러를 유일하게 넘은 DC 코믹스 원작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물, 바다 이런 것들을 굉장히 좋아하는지라 이 영화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 같다. 물론 완벽하게 만든 영화는 아니다. 개봉했을 때 처음 보면서 초반부에는 매끄럽지 못한 편집에서 <돈옵저>나 <수스쿼>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잠시뿐이었고 화려한 CG, 바다속과 육지, 밤과 낮을 넘나드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영상미, 제이슨 모모아의 카리스마와 극을 이끄는 힘까지, 내가 DCEU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나머지 둘은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히 그래픽이 화려한 것을 넘어서, 아틀란티스의 도시 디자인이나 잠수함, 무기, 다양한 종족들 등이 창의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도 돋보인다. 단순한 금발 미남이었던 아쿠아맨의 이미지를 장발, 수염의 멋진 전사로 재해석한 제이슨 모모아 (그리고 그를 처음에 캐스팅한 잭 스나이더). 이제 그가 아닌 아쿠아맨은 상상할 수 없다.
이 장점과 요소들이 한데 모여 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제임스 완 감독의 연출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컨저링> <말리그넌트> <분질 7>에 이어 이런 영화까지 보면 '재밌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1억 6000만 달러라는 제작비로 이런 화려하고 거대한 영화를 만들어낸 점도, 최근 참혹한 CG로 실패한 <앤트맨 3>, <플래시>나 <블랙 아담>의 제작비가 2억을 훌쩍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랄 만하다. 대규모 제작비 블록버스터는 이렇게 만들어야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앰버 허드가 문제 많은 사람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최근 <인어공주> 실사판 이후 <아쿠아맨>의 메라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보라색 조개 브래지어와 초록 꼬리로 갈아입는다면 에리얼로 딱일 텐데…
개봉한 이후에도 재감상을 해서 재밌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개봉한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인 만큼 마지막으로 본지 꽤 되어 가는데, 예전만큼 재밌을지는 모르겠다. 개봉 당시 혹평에서 지적받은 진부한 스토리가 다시 볼 때는 거슬릴 지도 모르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흐릴 다른 단점이 또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클립들을 찾아보거나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다시 되새겨 본다면 아직까지는 꽤 멋진 영화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할지 아니면 돌아설지는 다시 감상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이니, <아쿠아맨 2> 개봉 전까지는 재감상을 해보려 한다.
속편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올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DCEU와 DCU 사이에 애매하게 걸려 정확한 소속이 불분명한 그 영화는 아무래도 DCEU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스트 스크리닝에서의 혹평, 마케팅과 예고편의 부재, 잦은 재촬영 등 안 좋은 소식들이 계속해서 들려와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쿠아맨> 1편, 제임스 완 감독, 수중 액션 모험극, 제이슨 모모아 다 좋아하기에 잘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쿠아맨 2>를 <플래시>나 올해 다른 히어로물들보다 더 기대했기에.. 그리고 DCU가 리부트 되더라도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맨은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