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함의 얼굴을 뒤집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뻘건 얼굴을 드러낸다
Dir. by James Wan
Starring. Patrick Wilson, Rose Byrne, Lin Shaye, Ty Simpkins
분명 고등학교 때 교실에서 틀어줘서 봤던 기억이 있던 영화인데, 5년 만에 다시 보고 나니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포일러!
<인시디어스>는 감독 제임스 완과 각본가 리 워넬이 공포 영화 창작가로서 만들어지고 탄생하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고 시도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저예산인 티가 팍팍 나고, 몇몇 부분에서는 분명 완성도가 부족함을 지적할 수 있더라도 말이다. 제임스 완이 이때는 아직 조금 서툴렀는지, 공포감 및 두려움 조성에 효과적인 작품은 의외로 아니다.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고 긴장감을 조금씩은 조성하는 데 까지는 나쁘지 않게 수행해나가지만, 그 이후에 우스꽝스럽거나 허접한 연출로 긴장감이 확 풀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인 선택이었을까, 아닐까. 그 외에도 화면에서 값싼 티가 난다고 안좋아할 수는 있지만, 이런 저예산과 분위기의 공포 영화에 딱 알맞는 스타일이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제임스 완 감독이 본작 다음으로 만들게 되는, 그의 커리어 대표 공포영화인 <컨저링>과 비교해서, 공포나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질지라도, 더 미친 아이디어들이 포함되어 있는 더 야심찬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컨저링>에서 봉인(?)해왔던 B급, 미친 아이디어들을 여기서 풀어놓는 느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쏘우>에서 봤던 어지럽고 격렬한 카메라워크(그 외에 쏘우 8편을 예고하는 이스터 에그도 있다! 잘 찾아보시길), 그리고 이후 <컨저링>에서 보게 될 가족애나 귀신 이야기, <말리그넌트>에서 봤던 곤조(Gonzo) 호러의 요소들까지, 이전에 왔고 이후에 오게 될 제임스 완 공포 영화들의 모습들을 조금씩 읽어 낼 수 있다.
이 중 <말리그넌트>와 비교해서 말해보자. <인시디어스>를 보고나면 제임스 완의 2021년작 <말리그넌트>가 그냥 뜬금없이 갑자기 나온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시디어스>와 <말리그넌트>의 3막, 후반부를 보고 나면 괴상하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공포 놀이공원 같은 느낌의 영화를 만들려는 욕구, 아이디어가 완 감독 머릿속에 예전부터 쭉 있어왔다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두 작품 모두 초반부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이미 많이 본 듯한' 공포 영화로 둔갑해 관객을 맞이하지만, 서서히 그 광기(?)를 드러내다 후반부에 가서는 완전히 폭발한다. <인시디어스>도 초중반부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귀신, 악령 영화의 향기가 많이 난다. 특히 개봉한지 10년 넘게 지난 2023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도 리뷰에서 진부함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진부함'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워졌다. 못 만든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어도 '평범' '전형적' 같은 표현들을 결코 붙일 수 없는 영화가 <인시디어스>다. 후반부에 유체이탈을 한 조쉬가 마주하게 되는 안개에 쌓인 어두운 집, 붉은빛에 휩싸인 마치 <드라큘라>를 연상시키는 고딕 스타일의 구조물. 인형들, 칼을 가는 악마, 그 외에 등장하는 수많은 귀신들. 마치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미친 아이디어들을 쏟아낸다.
영혼이 몸을 떠나서 다른 세계에 갇혀 버린다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섭고 코스믹 호러 스러운 소재. 이야기를 아들 달튼의 관점에서 풀었더라면 그것도 그거대로 많이 무서웠을 것 같다.
한줄평: 진부함의 얼굴을 뒤집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뻘건 얼굴을 드러내는 제임스 완 표 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