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미학이라면 미학, 작가주의라면 작가주의
Dir. by Paul W.S. Anderson
Starring. Milla Jovovich, Wentworth Miller, Ali Larter
폴 W.S. 앤더슨 감독의 영화나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는 처음 보는 거라 뭘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보기 전에는 완전 싫어할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초반 10-20분은 별로였다. 스타일리쉬함을 추구하면서도 '이게 뭐야...' 소리가 나오는, 재밌다기보다는 허접하고 못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후부터 영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만약 잭 스나이더 영화에서 멋을 조금 빼고, 그 대신 B급 정서와 비디오게임 느낌을 더 넣었더라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걸 잭 스나이더가 찍었더라면 진짜 멋있게 찍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본작만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상미나 미장센은 장르 영화 기준으로 꽤 훌륭하다. 최근에 레터박스나 해외 영화 커뮤니티에서 'Vulgar Auteurism'이라고 B급 액션이나 공포 등 장르 영화에서 감독만의 미학, 스타일, 개성을 중시하는 평론 기조가 있는데, 폴 W. S. 앤더슨 감독이 왜 중요하게 언급되는 지 알 것 같다. 도끼를 든 거인 괴물이 사람을 토막내고, 총을 발사하고 던지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으로 최대한 길게 맛본다. 깨끗하고 하얀 후반부의 장소 디자인은 비디오 게임에서 바로 꺼내온 느낌이고, 몇몇 부분에서는 CG마저 게임의 그것 같다. 물에 흠뻑 젖은 여성 캐릭터들은 옷 사이로 검정 브래지어와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횃불과 바위, 물로 가득찬 주 무대인 녹색 감옥 건물은 축축하고 더러우면서도 강렬하다. B급 장르물에서 볼만한 요소들은 다 들어가 있다. 평론가 평점이 바닥을 찍지만 재미있다고, 인기가 어느정도 있는 이유가 있다. 물론 원작 팬들 입장에서는 안좋아하는게 이해가 가지만, 적어도 1,2년 전엔가 나왔던 넷플릭스 드라마판 <바이오하자드> 보다는 낫다고 본다. 둘 다 못 만든 건 같지만 영화시리즈는 적어도 개성 있고 재밌기라도 하지.... 아무튼 재미없게 시작했지만 의외로 몰입하기 시작해서, 속편을 대놓고 예고하는 결말에 와서는 곧바로 5편을 틀고 싶어졌다.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