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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Sep 02. 2023

<레지던트 이블: 최후의 심판>

좀비 바이러스처럼, 서서히 중독되는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최후의 심판> (Resident Evil: Retribution, 2012)


Dir. by Paul W. S. Anderson

Starring. Milla Jovovich, Michelle Rodriguez, Li Bingbing


스포일러 주의

<레지던트 이블: 최후의 심판>(원제: Retribution)은 4편 <끝나지 않은 전쟁>의 결말에서 바로 이어지는 오프닝 씬부터 몰입을 확 시킨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며 전작보다 멋있는 슬로우모션 이미지들을 머리에 각인시키며 시작한다. 그 직후에는 한 가정집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다 좀비들의 습격을 받는 앨리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녀의 진짜 과거일까, 단순 환상일까?


화려했던 오프닝에 비해서 초반부는 많은 대사와 정보량 때문에 빠르게 지루해진다. 빨리 액션씬으로 돌아가자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그리고 이후 액션이 나오더라도 뭔가 시원시원한 맛이 없다. 얼음 아래 건설된 비밀기지와, 그곳의 시뮬레이션 재현도시들을 거쳐서 잠입/탈출해야 한다는, 듣기만 해도 끝내주는 설정/플롯을 100% 활용하지는 못 한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오토바이 타면서 기관총 쏘고, 전기톱으로 사람 써는 좀비들이 나오니…. B급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리진 않아서 보는 이를 안심시킨다. 보다보면 폴 W. S. 앤더슨 감독 영화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숏 구성이나 편집은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하고는 다르고, 캐릭터들은 우리가 몰입할 이유나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하거니 퇴장한다. 몇몇 장면에서는 훌륭한 촬영과 영상미, 더럽지만 생생한 실제 촬영장소들을 선보이지만 그 사이사이로 비디오게임 수준의 조악한 CG들이 군데군데 섞여있어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는다? 내가 아무래도 이 시리즈에 적응이 다 된듯.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단점이겠지만, 보면서 느끼는 오락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사운드트랙도 꽤 괜찮다. 후반부 등장하는, 얼음 아래 세워진 재현 뉴욕이 물에 휩쓸리는 장면은 기대하지 않았던 장관. 보면서 감탄이 나왔다.


4편 리뷰에서 언급한 장단점들이 비슷하게 들어 있고, 비슷한 생각들도 들게 한 영화이니 4편 리뷰 읽고서 5편 리뷰도 읽어주시는 게 좋을 듯. 같은 말들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4편의 어두운 초록빛, 회색빛의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지만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5편을 더 재밌게 본 것 같다. 둘 다 잘 만든 건 아니지만 B급/비디오게임 감성을 잘 살린, 즐길만한 오락영화이다. 다음 편을 보고싶게 만드는 엔딩은 또다른 공통점. 매니아층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본 시리즈.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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