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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Sep 04. 2023

<언더워터>

영리한 장치들을 파도처럼 뒤덮는 진부함의 공식

<언더워터> (The Shallows, 2015)


Dir. by Jaume Collet-Serra

Starring. Blake Lively


<하우스 오브 왁스>와 재밌게 본 <오펀> 같은 공포물에 이어서 리암 니슨 주연 액션 영화를 네 편이나 찍는 등 다양한 스릴러 및 장르 영화 쪽에서 유명한 자움 콜렛 세라 감독. 최근에는 드웨인 존슨 전담 감독이 된 건지,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와 DC의 <블랙 아담> 등 개성없는 공장식 블록버스터만을 연출해와서 다시 스릴러로 회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아무튼 그래서 콜렛 세라 감독의 2016년작 상어 스릴러인 <언더워터>를 감상하게 되었다.


상영시간은 80분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쓸데없는 잔가지들은 쳐내고 필요한 부분들, 상어와의 긴 사투를 최대한 넣으려 한 흔적이 보인다. 상어의 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부분들은 보통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다. 하지만 본작은 그렇지 않다. 여주인공이 서핑을 하는 모습들을 몽타주 및 슬로우 모션 형식으로 촬영해서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에메랄드색으로 빛나는 바다의 모습을 많이 넣어 두고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물속에서 촬영한 장면들이 많는데, 파도가 칠 때마다 마치 바닷속에서 폭풍이 몰려오는 듯한 시각적인 모습이 인상깊었다. 마치 이 바다처럼, 앞으로 발생할 사건들처럼, 위협적이고 아름답다. 이 초반부에서 여주인공 낸시와 죽은 어머니의 관계를 설명해준다. 덕분에 자신이 직접 와본 적 없지만 임신한 어머니의 방문 덕에 익숙하고 친근한 바다인 것이다. 그런 바다는 역시 낸시의 기원, 탄생과 연관된 장소로 기능한다. 초반부에 언급되는 '임신한 여자 바위' 역시 낸시를 임신한 채 이곳을 찾은 그녀의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바다는 모든 생명이 탄생한 기원지, 근원인 장소이다. 그런 곳에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목숨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극적 장치와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여주인공은 상의을 벗어젖히고 비키니 몸매를 드러내고, 스윔슈트를 입을 때도 가슴골을 강조한다. 물론 카메라가 여주인공의 몸을 너무 노골적으로 훑어 여성 관객들에겐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상어의 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는 쉬지 않는다.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원-우먼 쇼이다. 확실히 재미나 스릴감에 완전히 집중한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낮과는 달리 밤이 되자 에메랄드빛이 싹 걷히고 차갑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뿜는 바다와 물속 모습도 너무 좋았다. 우리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낸시의 모습을 바라보지만 그와 동시에 적절한 클로즈업 등을 통해 그녀의 입장에 우리를 놓고, 몰입시키는 연출도 좋았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까지 재밌게 보지 못했다. 물론 못 만들거나 나쁜 영화는 아니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 주의를 잡아둔 점도 좋다. 하지만 각종 난관과 스릴있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도, 그 가능성, 가능한 스릴감을 최대치로 뽑아내지 못한 것 같다는 게 문제점이다. 상어의 이빨에서 낸시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상황들도 초반부에는 손을 꽉 쥐고 긴장하게 되지만, 그게 몇 번 반복되고 후반부에 가면 긴장감이 많이 풀린다. 생존할 것을 알기에, 이야기가 조금 뻔하기에, 영화 전체적인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몰입은 됬지만 큰 인상을 남기거나 강렬한 스릴감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 아무래도 내가 이런 영화, 스릴러물에 내성이 생겼나 싶기도 하다. 머리로는 어느 정도 영리하고 잘 만든 게 이해 되지만 뭔가를 남기기거나 느끼게 하지는 못했다. 뭔가 늘어지고 지겨운 느낌도 조금은 들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가자 느껴야 할 승리감, 카타르시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물론 칭찬할 거리도 있고 이거보다 훨씬 못 만든 상어 영화들도 한 트럭일 테지만.... 그나저나 영화의 완성도와는 관련없는 불만점 한 가지: 왓챠에서 감상한 영화인데, 중간에 사람이 상어에 물려 피를 흘리는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더라.. 왜 스트리밍에서까지 그런 건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5점 6점 사이에서 진짜 고민하다가 최종 평점은…


★★☆ 5/10 영리한 장치들을 파도처럼 뒤덮는 진부함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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