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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Sep 13. 202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마법을 잃고 맥없이 이어지던 시리즈의 때이른 끝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2022)


Dir. by David Yates 

Starring. Eddie Redmayne, Jude Law, Mads Mikkelsen 


2011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로 해리포터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후, 5년 만인 2016년에 <신비한 동물사전>이 개봉하며 위자딩 월드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8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하자, 워너 브라더스는 앞으로 2년 간격으로 <신비한 동물> 영화를 개봉하면서 총 5부작의 시리즈를 선보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였다. 이 시리즈가 과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아성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많았다. 하지만 속편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위자딩 월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리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회의감은 커져만 갔다. 결국 본작 <덤블도어의 비밀>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평가를 받고, 4억 달러라는 시리즈 최저의 흥행성적을 선보이며 시리즈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기존 해리 포터 시리즈가 한편도 빼놓지 않고 7억 후반에서 9억 달러대의 흥행을 기록한 것을 보면, 거의 반타작난 성적이다. 최근 주연 에디 레디메인이 인터뷰에서 '<신비한 동물사전> 4편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다' 라고 밝히고, 이후 해리 포터 시리즈의 HBO 드라마화가 확정되면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제대로 된 끝을 맺지 못한 채 맥없이 끊긴, 아쉬운 역사가 되어버렸다. 이 해리 포터의 드라마 리부트에 대한 여론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필자 역시 이를 불필요한 리부트라 생각하였고, 차라리 <신비한 동물> 시리즈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1년이나 뒤늦게 <덤블도어의 비밀>의 뚜껑을 열어 보니, 이 시리즈를 이어가라는 요구를 자신 있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차라리 해리포터 리부트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까지 한다. <덤블도어의 비밀>은 그 정도로 미적지근하고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다. <덤블도어의 비밀>은 내가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한 영상 파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수준의 편집으로 시작한다. 리듬감이 없고, 무언가가 많이 생략된 듯한 편집. 다행히 이후에는 편집 부분에서 눈에 띄는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크게 좋아진 것은 또 아니었다. 먼저 캐릭터와 볼거리 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뉴트 스캐맨더는 아무래도 이 시리즈에는 맞지 않는 주인공 같다. 본작에서 뉴트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인상을 주거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실패하며, 가장 중요한, 의미 있는 성장 서사를 가지거나 변화를 겪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의 애인이자 또다른 주요 인물인 티나는 사실상 카메오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녀와 함께하며 갈등도 겪고 성장하거나 캐릭터성을 어필하는 뉴트의 모습을 그려낼 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본작에서 그는 단지 그린델왈드와의 전쟁에 끼어든 마법사 한 명일 뿐이다. 실망스러운 건 뉴트 뿐만이 아니다. 본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두 가지 중 한 가지 유형에 속한다. 서사가 전혀 없거나, 서사가 있더라도 굉장히 빈약한 경우.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숙적으로 돌아선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크레덴스와, 그런 자신의 아들과 결국 다시 재회하는 애버포스. 잠시 갈라섰지만 결국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는 제이콥과 퀴니. 글로 요약하면 의미있고 감동적인 서사를 짜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덤블도어의 비밀>은 전혀 그러지 못한다. 드라마에 할애되는 시간도 적고, 임팩트도 약하며 깊이는 얕다. 대규모 시리즈물의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나 좋은 액션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액션씬이 등장하려면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이며, 그나마 있는 액션씬들도 밋밋하고 평범하다. 수많은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고, 차별화되는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출이 화려한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어둡고 칙칙한 느낌의 영상미와 미장센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전작인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화려한 마법과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찬 판타지 서사극을 기대하고 갔고, 초반부에는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후 영화 내내 의미있는 감정을 느끼지도 웅장하고 화려한 것들을 보지도 못하고, 단지 밋밋하게 이어지다가 김빠지는 클라이맥스로 마무리짓는다는 것. 이야기가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기거나 어떤 방향으로 크게 나아간 것도 아니고, 단지 편수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징검다리 영화 같다는 것. 실제로 이런 비판이 많았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덤블도어의 비밀>에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면에서 주인공들이 마법을 부리고 괴물로부터 도망을 치지만, 그것을 보는 내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긴장감, 감동, 임팩트 아무것도 없었다. 못 볼 수준의 망작은 아니지만 딱 거기까지다. '볼만하다'와 '재미있다'는 확실히 다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마법을 주제로 한 영화지만 마법이나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보는 도중에는 어느 정도 몰입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있지만, 그 어떤 임팩트도 남기지 못해서 빠르게 잊혀지고 재감상할 건덕지가 없는 그런 영화. <불사조 기사단>에서 시작해 벌써 이 시리즈만 일곱 편(!!)을 감독한 데이빗 예이츠 감독도 이제 힘이 빠지고 흥미가 없어졌는지 생각이 든다. J.K. 롤링 역시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작가이지만 <신비한 동물> 시리즈, 적어도 2편과 3편은 그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돈 벌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악역인 그린델왈드를 연기하는 매즈 미켈슨의 카리스마는 역시 어디 가지 않는다. 추종자들과 선동으로 권력에 가까워지는 모습, 머글들을 '고귀한' 마법사들과 비교하며 증오하고 편견을 부추기는 모습 등에서는 독일 정권을 잡고 인종주의를 주장하며 유대인을 혐오하던 아돌프 히틀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에 있는 다른 아이디어들과 마찬가지로, 깊이가 얕으며 최대치로 다루어지지 못한다. 그가 왜 무서운지, 얼마나 사악한 악당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딱히 없다. '그린델왈드'는 없고 '매즈 미켈슨'만 기억에 남는다. 암살 시도를 막는다는 점, 중요한 물건을 들키지 않게 가져가야 한다는 점 등을 통해 마치 첩보물이 연상된다는 평도 있었다. 마법 첩보물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분되고 재밌을 것 같지만 본작이 그려내는 마법 첩보물은 밋밋하기 짝이 없다. 


유일하게 무언가를 느꼈던 장면은 엔딩. 영화 내내 부재했던 티나가 잠깐이나마 모습을 비추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즐겁게 서로를 맞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덤블도어를 대조시키며 홀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덤블도어의 외로움이 부각되고, 그의 이야기가 조금은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결말이다. 만약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시리즈의 목숨을 간신히 이어가고 돈을 버는 데만 신경쓰지 말고, 의미있는 인물과 이야기와 주제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분명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글 도입부에서 언급했듯,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남게 된 영화인데, 완결편으로서 가져야 하는 카타르시스나 웅장함도 없고(애초에 완결편으로 기획되지 않았으니), 그린델왈드가 완전히 패배하지 않고 도망쳤으니 이야기의 매듭이 완전히 다 묶인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불만족스럽고 맥없는 작품/시리즈가 되어 버렸다. 쓰다보니 혹평을 많이 쏟아내 버렸지만, 나중에 가끔 가다가 다시 찾아보고 돌려볼 수도 있을 같은 작품이다. 평점이 그렇게까지는 낮지 않은 이유도 이것. 물론 그것만으로 좋은 작품이라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말이다. 



★★ 4/10 한줄평: 마법을 잃고 맥없이 이어지던 시리즈의 때이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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