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hill Sep 14. 2023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정석적이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추리물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A Haunting in Venice, 2023) 


Dir. by Kenneth Branagh

Starring. Kenneth Branagh, Michelle Yeoh, Jaime Dornan 


2022년 초반 <나일 강의 죽음>으로 의외의 소소한 재미를 주었던 케네스 브래너의 포와로 시리즈가 벌써 세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1편 <오리엔트 특급살인>과 2편 사이에 5년의 텀이 있었는데, 3편은 2편으로부터 1년밖에 걸리지 않아서 좋았다. 2편도 나쁘지 않게 본 작품이었지만 이번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더 매끄럽고 효과적인 추리물로서 돌아왔다. 실제 살인사건과 추리의 시작까지 시간이 꽤 걸렸던 2편과 비교해서, 사건의 전개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물론 이야기에 전개한 모든 인물들과 장치, 설정들을 소개하는 초반부가 고역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본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순간 지루한 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후 전개는 정석적인 추리물의 순서를 따라간다. 각 인물들을 면담하면서 그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중간중간 다른 갈등 요소들이 삽입되며, 결국에는 모든 진실이 하나씩 밝혀진다. 


본작은 여기에 귀신이라는 공포적 요소들을 추가해 개성을 살린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귀신들과 들리는 이상한 소리들은 과연 진실일까? 유령이 정말 존재하며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일까? 그 외에도 공포물이나 고딕 장르에서 볼법한 요소들이 등장해서 장르 팬들을 만족시킬 만하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물의 도시 베니스의 한 집에 사로잡힌 사람들, 어둠에 잠겨 촛불 등 불빛에 의지해 밝혀지는 저택까지. 이 모든 과정과 장면들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기억에 남는 멋진 숏들 안에 담아낸다. 화면이 마치 그림과 같아 캡쳐해두고 싶은 숏들이 많다. 자신이 주연 뿐 아니라 감독까지 겸하면서 벌써 세 편이나 만들었으니, 브래너 감독도 원작 소설과 장르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1,2,3편 통틀어 매 편 출연진은 주인공 포와로 역의 브래너를 제외하면 매번 바뀐다. 이번 3편은 전작들보다는 눈에 익은 배우들이 적지만,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흥미로워서 작품에 몰입하고 끌고 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장르의 영화, 이 시리즈물에서 탐정 혼자서만 두드러지면 안 된다. 그를 둘러싼 용의자와 피해자들, 조연들 역시 각자만의 서사와 비밀을 가지고, 이를 하나씩 털어놓는 과정이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아닐까?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이를 역시 정석적인 방법으로 풀어낸다. 몇몇 이들은 이것이 너무 진부하거나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며 불평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비밀들이 밝혀지는 후반부, 클라이맥스의 장르적 쾌감, 카타르시스가 생각보다 약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머리 한쪽으로는 납득을 하고 퍼즐을 짜맞추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다른 반전이 있지 않을까, 여기서 끝나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반전은 없었다. 물론 정석적인 접근 방식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작품 전체적인 매력은 깎아먹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브래너 감독의 선택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1편인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아직 보지 않았는데, 2편과 3편을 보고나니 빨리 감상하고 싶어졌다. 특히나 좋아하는 배우인 데이지 리들리가 출연하기에... 그리고 4편이 제작되기를 기다리게 된 것 같다. 크게 대단하거나 화려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은은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그러면서 관객을 사로잡는 고전적인 매력이 있는 시리즈인 것 같다. 



★★★☆ 7/10 

매거진의 이전글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