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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Nov 11. 2023

그 손을 잡을 때는 조심하라

A24 신작 공포영화 <톡 투 미> 보자마자 단평

A24의 공포 영화 <톡 투 미>를 감상했습니다. 국내보다 몇 달 전 북미에서 개봉했을 당시부터 호평이 쏟아짐과 동시에 A24의 또다른 호러 수작이 탄생했다는 찬사를 받은 작품인데, 직접 보고나니 그런 평들이 이해가 가네요. 여러모로 'A24' 와 '공포' 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들었을 때 떠오르는 요소들이 많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고 괴로워하는 주인공, 점프 스케어를 최소화한 채 심리적 압박감과 분위기로 조성하는 공포감,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있는 결말까지 말이죠. 그런 이유를 들어 전체적으로 많이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작품 같습니다. 긍정적인 리뷰들마저 <유전>이나 다른 인디 공포 영화들까지, <톡 투 미>를 보면서 떠올렸던 영화들을 언급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새롭거나 참신한 소재 하나만으로 좋은 영화가 항상 나오는 것만은 아니듯이,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다루었던 주제나 소재를 이용하더라도, 좋은 작품이 완성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톡 투 미>는 그에 딱 알맞는 예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강렬했던 영화의 첫 씬부터 보는 이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그 이후로는 캐릭터들을 하나둘 소개시키며 그들의 관계와 서사들을 확립시키죠. 이 과정에서 지루하지 않고, 간간히 유머도 넣어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이후 펼쳐질 사건들, 그리고 결국 영화 자체가 효과적이려면 이 캐릭터들부터 잘 살려놓아야죠. 


그리고 나서 본작의 본 이야기에 들어갑니다. 그와 동시에 소개되는 것이 바로 포스터에도 떡하니 나와 있는 '손'이죠. 작중 캐릭터들의 설명에 의하면 죽은 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심령사의 손이 잘려 박제된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기도 하는데, 결국 손의 진정한 진실이나 기원은 설명되지 않죠. 손의 기원은 이야기에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손이 할 수 있는 기능과, 그것을 활용한 주인공들에게 찾아오는 끔찍한 결과이죠. 감독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손의 기원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음으로서 형성되는 미스터리함, 그리고 거기에서 찾아오는 호기심과 공포가 인상적이더군요. 손을 처음 사용하고는 마치 게임기를 하거나 마약을 하는 것처럼 손을 웃으며 사용하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손'이 그러한 대상들에 대한 은유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앞서 캐릭터들을 충실하게 확립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시킨 덕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손을 사용하면서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겠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굉장했습니다. 이 덕에 큰 점프 스케어도 없는 초반, 중반부가 매우 인상적이고 강력했죠. 물론 공포 영화인 만큼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중요한 사건이자 극중 분위기가 확 뒤바뀌는 계기가 되는 라일리의 자해 씬은 굉장히 놀랍고 충격적이었습니다. 15살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언급되는 아이에게 이런 잔인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굉장히 무섭고 끔찍하게 다가오더군요. (<유전> 등과 마찬가지로 A24 영화에서는 어린아이라고 봐 주지 않습니다. 근데 <톡 투 미>에서는 <유전> 보다도 더 심하게 다루더군요) 


비록 이후 중반, 후반부에서는 그 충격적 장면의 임팩트를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약간은 어수선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를 몰입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더군요. 본작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A24에서는 이미 <톡 투 미 2>의 제작을 확정시킨 상황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오직 전화 통화와 소셜 미디어 형식을 통해서 (초반부에 등장한) 더켓의 이야기를 다루는 단편 영화도 제작을 발표했죠. 두 작품 모두 기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본작의 '손'이라는 소재의 가능성이 아직 더 남아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감독들이 어떤 이야기를 짜낼 수 있을지가 기대됩니다. 그리고 1편에서 귀신이 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치명적 결과를 치른 미아의 이야기가 혹시 어떤 식으로나 계속 이어질지가 궁금합니다. 물론 이렇게 암울한 결말로 맺는 것이 나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작중 '제이드' 역으로 나온 배우 알렉산드라 젠센이 <올드>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나왔던 토머신 맥켄지와 너무 닮아서 놀랐습니다.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점, 파멸적인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점, 그리고 손이라는 점에서 유명 공포 단편 '원숭이의 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감독들이 어느정도 영향을 받았을까요? 

***초반부 등장한 캥거루 등 복선이 깔린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자를 '해방시켜 준다'라는 명목으로 죽이지 못하는 미아의 모습은, 후반부에 다시 결정적으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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