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존 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애초에 <존 윅>이 이렇게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것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세 개의 속편들이 나오면서, 매 편마다 제작비와 스케일은 커져 가고, 그와 비례하게 흥행 수익과 비평적 성과 역시 상승했습니다. 액션 영화 시리즈에서는 자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죠. 최근 <존 윅 4>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감독 채드 스타힐스키의 언급이 있었기에, 시리즈가 유종의 미를 거두며 끝나는가 싶었지만, 역시 이러한 흥행 시리즈를 제작사가 쉽게 보내줄 리는 없었죠.
최근 라이온스게이트가 <존 윅 5>의 각본이 집필되고 있다는 발표를 했을 뿐 아니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세력인 최고 회의를 다루는 작품을 제작할 것을 암시했습니다. <존 윅 5>의 정확한 줄거리나 시간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고, 주인공이 존 윅일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지라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역시나 좋지 못한 아이디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최근 공개된 존 윅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인 <콘티넨탈> 드라마가 미적지근한 평가를 받고 화제를 전혀 불러오지 못한 것을 보면 스핀오프들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나 키아누 리브스가 없는 존 윅 작품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콘티넨탈>을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칙칙하고 어두운 색감, 밋밋한 액션씬은 <존 윅> 4부작에서 보여준 빼어난 영상미와 화려한 액션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차라리 아키라와 케인 등 <존 윅 4>의 조연들의 서사를 이어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반응도 많았지요. 이런 가운데 내년 개봉 예정인 <존 윅>의 두 번째 스핀오프를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아나 데 아르마스 주연의 <발레리나> 죠.
<언더월드> 시리즈의 첫 두 편과 <다이하드 4>, <토탈 리콜> 리메이크의 렌 와이즈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 '루니' 역으로 출연합니다. 본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존 윅> 주연들의 복귀죠. <존 윅 3>와 <존 윅 4> 사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작에는 존 윅 역의 키아누 리브스, 윈스턴 역의 이안 맥쉐인, 그리고 샤론 역의 랜스 레딕의 복귀가 확정되었습니다. 랜스 레딕의 유작이 될 것으로 보이는 작품인지라 의미나 기대치도 어느 정도 있죠. 그 외에 <존 윅 3>에서 발레리나들을 지휘하던 디렉터 역으로 안젤리카 휴스턴이 복귀하고, <워킹 데드>와 <데스 스트랜딩>의 노먼 리더스가 주요 역으로 출연합니다.
존 윅과 윈스턴, 샤론이 출연하는 만큼 가장 기대가 되는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나 데 아르마스를 좋아할 뿐 아니라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작품입니다. 본작의 성공이 <존 윅> 시리즈(와 그 스핀오프)의 향후 앞날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여성 주연의 액션 영화라는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죠. 특히 최근 개봉하는 여성 주연 액션 영화들이 좋지 못한 평을 듣고 있는 상황인 만큼 말이죠.
얼마 전 넷플릭스로 공개된 한국 영화 <발레리나>는 비슷한 줄거리와 같은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정작 공개 후에는 좋지 못한 평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 올해 초 공개된 <길복순>은 신선하고 야심찬 줄거리와 설정이 돋보였으나, 다루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는지 지나치게 늘어지는 전개와 부족한 임팩트가 아쉬운 작품이었죠. 그런 만큼 아나 데 아르마스의 <발레리나>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궁금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 <블론드>나 <고스팅> 등 아나 데 아르마스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에 출연하지 못한 것 역시 요인으로 작용하죠.
사실 <발레리나>는 애초에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기획된 작품은 아닙니다. 셰이 해튼 (Shay Hatten)이라는 작가가 집필한 각본 <발레리나>를 라이온스게이트가 2017년 구입하게 되고, 이후 셰이 해튼은 <존 윅> 3편과 4편의 각본가로 참여하기까지 하죠. 정확한 일의 순서는 알 수 없으나, 이것이 영향이 되어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주목받은 에메랄드 페넬이 본작의 각본을 각색하게 되었습니다.
본작의 제작자 바실 이와닉은 최근 인터뷰에서 작가 에메랄드 페넬이 <발레리나>를 어떻게 개선시켰는지에 대한 내용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단지 남자 캐릭터의 자리에 여성 캐릭터를 넣고선 대충 때우는 액션 영화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캐릭터(루니)가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기를, 여성스럽게 느껴지기를 원했죠.
성적인 측면이 없지 않도록 느껴지기를 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으로 대상화되지는 않죠. 그녀는 미소를 짓지 않는 사람은 아닙니다.
- 바실 이와닉
인터뷰를 읽고 나니 '루니'가 어떻게 묘사될지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다른 남성 캐릭터들과 다를 바 없는 여성 캐릭터가 아닌, 여성성을 반영하는 캐릭터일 듯한데 말이죠. 미소를 짓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하니, 섬세한 감정 묘사나 성장 서사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여성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를 줄이는 것 역시 최근 작품들의 트렌드인 만큼 눈여겨 볼 만합니다. 기존 <존 윅> 시리즈의 조연 여성 캐릭터였던 할리 베리의 소피아나, 리나 사와야마의 아키라와는 조금은 다를 것 같기도 하죠. 존 윅과는 또 다른, 여성성을 뽐내는 주인공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존 윅> 시리즈 특유의 개성, 즉 화려한 영상미와 액션씬을 선보인다면 근래 나온 최고의 여성 액션 영화로 우뚝 설 뿐 아니라, 향후 높은 완성도의 <존 윅> 스핀오프들이 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콘티넨탈>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발레리나>의 경우에는 키아누 리브스가 직접 출연하기까지 하고, (키아누 본인에 의하면 존 윅과 주인공 '루니'가 싸우는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레터박스 웹사이트에 의하면 <존 윅> 시리즈나 <아토믹 블론드>를 제작한 87일레븐 프로덕션이 <발레리나> 역시 제작한다고 하니 조심스럽게 기대를 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