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재미있게 감상했다. 영화의 1막은 대사량이 많고 플래시백도 자주 등장해서 난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인상을 흐릴 정도는 아니었으며, 빠르게 몰입해서 영화 런닝타임 대부분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본작의 가장 큰 강점은 출연진과 캐릭터들. 영화의 캐릭터들은 거의 모두 다 좋았던 것 같다. 주연급부터 조연까지 모두 흥미롭거나 멋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불릿 트레인>은 나름 잘 해냈다고 본다. 강렬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애런 테일러 존슨과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쌍둥이. 애런 테일러 존슨이 연기한 탠저린은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극초반부만 보면 그 둘이 브래드 피트의 레이디버그보다 비중이 많을 정도.
네온 불빛이나 화려한 색감, 일본어어와 영어로 함께 소개되는 캐릭터 이름들까지,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작품이다. 이번 여름 공개된 다른 액션 영화인 <그레이 맨>과 비교하면 개성이 매우 뚜렷하다. (<그레이 맨>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유머 면에서도 기대 이상이었다. 보기 전 리뷰들을 읽어보니 꼬마기차 토마스 관련 농담이 너무 많이 나와 짜증난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작품 후반부로 가면 토마스와 기차 캐릭터들을 이용해서 인상깊은 대사와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인데, '운명'에 관한 주제나 아이디어들이 각본에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사용됬다고 느꼈다. 영화에서 잠깐 등장하거나 암시되었던 물건, 장치, 요소들이 이후 등장해 활용되는, 셋업과 페이오프가 잘 되어있다. 운명과 관련된 대사, 플롯 포인트 중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것들이 많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전작 <아토믹 블론드>는 각본이 조금 아쉬웠던 작품인데, <불릿 트레인>은 초반부가 약간 난잡하다는 공통된 문제점을 제외하면, 훨씬 잘 짜여진 각본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후반부 액션 씬에서는 CG가 눈에 띌 정도로 거슬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초, 중반부에는 CG를 쓸 일이 거의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케일이 커지는 후반부에서 조금 거슬린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유머는 준수한 편이지만, 가끔 가다가 너무 웃길려고 하는 코미디도 있었다. 감독 전작 중 <데드풀 2>도 있는데, 데드풀식 유머가 이번에는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또 영화 자체의 문제점은 아니지만, 예고편에서 너무 많이 장면을 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몇 반전이나 캐릭터의 운명들은 잘 숨겼지만, 후반부의 중요 장면들을 너무 많이 보여줘 버린 것 같다. 본작을 보고 싶다면 예고편은 최대한 피하고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