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바보상자
2007년 제작된 호러 앤솔로지 영화. 줄거리는 TV 등을 통해 의문의 영상과 신호가 전송되고, 이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광기에 미쳐간다는 내용. 줄거리만 놓고보면 비슷한 호러 앤솔로지 영화인 <VHS: 바이럴>이 생각나기도 한다. <더 시그널>을 다른 호러 앤솔로지 영화들과 차별화시키는 점은, 구조적으로는 세 개의 파트로 나뉜 앤솔로지 영화이지만, 일반적인 앤솔로지 영화와는 달리 세 이야기가 모두 연결된다는 점이다.
<사우스바운드> 처럼 단순히 공간이나 시기만 공유하는 게 아니다. <더 시그널>은 불륜과 관련된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첫 번째 파트는 여자, 두 번째 파트는 여자의 남편, 마지막 파트는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각 파트마다 주인공을 바꾸어 가며 다른 관점을 따라가게 된다. 세 파트 모두 시간 순서대로 이어지며, 마지막 파트에서 이야기가 완결을 맺는 형식.
첫 번째 파트는 이후 <VHS>, <사우스바운드> 등 다른 호러 앤솔로지 영화에도 참여하게 되는 데이비드 브룩크너 감독이 연출하였다. 이 파트만 보면 <드레드>나 <R.E.C> 처럼 한 건물 내부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 번째 파트는 의외로 코미디를 약간씩 첨가해서, 블랙 코미디 / 호러 코미디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처음에는 괴리감이 들고 이상히지만, 이후 펼쳐지는 잔혹/끔찍한 부분과 유머스런 부분들이 대비를 잘 이루어 더 기억에 남는다. 세 에피소드 모두 비슷하게 준수한 편이고, 제일 좋아한 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호러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작품에 가까우니 공포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작품. 보고 나면 우리의 시각과 관점, 어쩔 때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믿고 싶어한다는 것만을 보게 된다는 생각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