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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hill Feb 04. 2023

<더 메뉴> 감상

과도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게 요리해낸 예술 세계와 사회계층 풍자극

스포일러 포함!!




영화 개봉하기 몇 달 전 줄거리와 정보만 듣고서 100% 손님들을 잡아 요리한다는 (말 그대로) 엽기적인 식인 호러 스릴러일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식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는 게 반전.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부주방장이 방아쇠를 당기고, 손님의 손가락이 잘리는 장면들에서 '이제 이것들을 요리해서 내놓지 않을까' 라고 식인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했다. 요리를 소재로 한 스릴러/블랙코미디 영화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음식이 주요 소재이지만 음식 뿐 아니라 영화, 그림 등 다른 예술 분야들을 대입해 보아도 말이 되는 이야기이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호기심이나 관심, 존중도 없이 단지 멋을 위해서, 자랑하기 위해서 섬으로 온 사람들. 세세한 것까지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평론가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그들의 음식을, 예술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들이 드러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 중 하나는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타일러. 초반에는 음식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뽐내면서, 언뜻 보면 겉멋과 허영심으로 가득 찬 인물을 풍자하려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정으로 가득 찼다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모가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빵 없이 소스만 담긴 접시가 제공되고, 사람이 해를 입고 목숨을 잃는 와중에서도 남들과는 달리 전혀 동요되지 않으면서, 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음식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요리를 할 수 있는 실력은 갖추지 않은, 말 뿐인 사람이었고, 결국에는 셰프의 혹평과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예술 뿐 아니라 사회계층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두 소재이지만, 부유층의 허영심과 예술을 소비하고 대하는 태도 등과 연관지어서, 서로 너무나도 잘 섞일 수 있는 소재이다. (큰 단점으로 꼽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조금 노골적으로까지 주제들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런 주제들을 찾아내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이렇게 할 이야기, 주제가 있는 영화이지만 장르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일 것, 치즈버거를 빼놓을 수 없다. 남을 위해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지 오래라는 슬로윅 셰프지만 마고를 위해서 치즈버거를 요리하는 순간만큼은 햄버거를 요리하면서 시작했던 과거, 남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치즈버거를 요리하는 장면이 이렇게 뭉클할 줄은 몰랐다. 




한줄평 : 영화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무 과도하지도, 밋밋하지도 않게 적당한 맛으로 요리해낸 예술 세계 그리고 사회계층 풍자극. 


평점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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