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만나고 인연의 끈이 닿을때 그 순간은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것처럼 짧고 단순하다. 찍는 순간 울리는 명료한 기계음처럼 만남은 분명하고 시작은 선명하다.
연인이든 친구든 생의 한 찰나에 같은 목적을 위해 버스 같은 동일한 수단에 머무른다. 결국 인연이란 추구하는 온정적 가치 혹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란 것이다. 그 공간에서 우린 가깝게 앉을 수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예측한대로 혹은 예측하지 못한대로 우리는 카드를 찍고 내린다. 여기서 다른 점은 인연은 카드를 찍을 때 울리는 성우의 하차음처럼 깔끔하게 끊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끝은 흐릿하고 잔상은 깊으며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나는 기억으로 전체를 추측할 뿐이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우린 종착지를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수없이 환승하며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그 인연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인연이 온전히 우연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