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기비판vs뻔뻔함

by 선영

어제 듄2를 보고 감동의 물결을 가슴에 가득 담은 채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새벽, 진동알람을 희미하게 느꼈고 잠깐 돌아온 의식 사이에서 에고는 '좀더 자자 누가 모라하는 것도 아닌데. . .너무 애쓰지 마, 49일이나 할건데 모, 그냥 자' 하는 목소리를 낸다.

돌아보면 내가 했었던 판단, 행위들은 거의 예측가능 했었던 것 같다. 그 순간에는 주로 에고의 대사에 대응하며 따르는듯 해도 지나고 보면 결국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한듯한 묘한기분.

5시10분 명상에는 참여하지 못했고 지금 들리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의외로 나를 책망하는 자기비판은 별로 없는듯하다. 나의 에고는 의리가 있는 편이다. 시켜놓고 왜 그랬냐며 딴말, 질책하진 않는다. 아니면 비판대신 합리화 또는 뻔뻔함이라는 방법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쪽이든 '나'를 망치기보다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되어 있는것 같다.

명상을 공부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자기비판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구마 하나를 먹을까 말까, 고기 한 점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가 먹은 후 속이 안좋아져 소화제를 먹으며 '그러니까 먹지 말았어야지,왜 먹었을까, 담부터 먹지마! 안먹을거야!' 로 가는 시나리오 역시 자기 비판이 들어 있다. 같은 상황에서 '고구마가 왜 하필 거기 있는거야? 고기는 안 먹으려 했는데ㅠ친구생일때문이야, 다이어트하는데 왜 하필 김치전을 하는거야?? 정말 배려심이 너무 없어!' 라며 타인비판으로 갈수도 있다. 그러나 또다른 각본에서는 나에게 '배가 많이 고팠구나, 마침 소화제도 있네, 괜찮아, 나를 위해서 한우를 준비해주셨지만 니가 먹기 싫으면 감사히 거절해도 괜찮아, 아무 문제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라고 얘기해 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나의 몸상태와지금 기분, 생각과 의도를 살펴보고 알아차림 한다면 스토리전개는 전혀 다르게 갈 수 있다. 그러기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잠깐의 멈춤, 두세번의 들숨날숨 호흡뿐이다. 명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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