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주제와 독자 찾기

by 부키비키

POD 출판을 해보기로 결심한 뒤, 제일 먼저 부딪힌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글을 쓰는 건 익숙했다. 출퇴근길에 휴대폰 메모장에 적거나, 주말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 앞에 앉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책’이라는 형식 안에 넣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책은 한 편의 글이 아니라, 흐름과 주제를 가진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여야 한다.


처음엔 욕심이 났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고 싶었다.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더라’, ‘에세이가 요즘 대세래’ 하는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주제를 내가 진심으로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뭘까?”
그 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그동안 내가 써왔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여행 이야기, 회사 생활에서 느낀 점, 작은 습관이 가져온 변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운 것들. 특히 ‘내가 직접 겪은 일’을 쓸 때 문장이 훨씬 살아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책은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하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는 거라는 걸.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나는 노트에 ‘이 책을 읽을 독자’라는 제목을 적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빼고, 잠시 책을 펴는 30대 직장인. 주말 오후, 카페 구석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대학생.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용기가 조금 부족한 누군가.

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어떤 문장을 만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까?


독자를 그리자 글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쓰느라 문장이 독백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대화를 하듯 쓰게 됐다.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라고 묻고, 내 경험을 곁들이고, 마지막에 작은 제안을 건넸다. 마치 책 속에서 독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주제를 정하는 데는 또 하나의 기준이 있었다. ‘내가 1년 뒤에도 이 주제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잠깐 흥미를 느끼는 주제는 원고를 끝까지 끌고 갈 힘이 없다. 반대로, 오랫동안 해온 일이나 꾸준히 관심 있는 분야는 글감이 마르지 않는다.


나는 결국, ‘작은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큰 틀을 잡았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겪은 경험과 배운 점, 실패담까지 모두 담기로 했다. 완벽한 성공담보다, 시행착오를 거친 이야기가 더 힘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주제와 독자를 설정하니, 이상하게도 막막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글쓰기는 마치 여행과 비슷하다. 지도 없이 걸으면 불안하지만, 대략의 목적지만 정해도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그날 밤, 나는 원고 폴더 안에 ‘목차’라는 파일을 만들었다.


시작 – 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가

작은 습관이 만든 변화

실패에서 배운 것들

나를 지켜주는 일상 루틴

앞으로의 꿈과 계획


아직 내용은 비어 있었지만, 파일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이제 정말로 한 권의 책이 될 가능성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독자와 주제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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