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똥방구 총
왜 그런지 몰라도 남자에게 누이를 이루는 풍경은 대개가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이고 그에 비해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고 그저 사철 발 벗은 채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을 줍는
사람이다.
이 차이는 낭만과 현실인데 아내 입장에서는 약간 서럽다마는 다행인 것은 나도 한 때는 '우리 오빠에게 전설바다의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머리 휘날리는 어린 누이'였다는 점이다.
대학생이었던 오빠는 집에 오면 아래채에 사는 게으른 하숙생이 되곤 했다.
늦도록 기타를 튕기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어서는 노고지리가 질려서 모두 날아간 오후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오빠가 집에 오면 이유 없이 마음이 들뜨고 신이 나서 아무나 붙잡고
-우리 오빠 왓따핫
이라고 턱을 치켜들고 자랑을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우리 오빠도 나처럼 장난끼 많은 유쾌한 청년이었던 것 같다.
-현아 현아 얼른 와봐라 얼른
다급하게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아래채로 뛰어갔다. 그러면 오빠는 가늘고 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내 코앞에 대고 뱅뱅뱅뱅 돌리면서
-온다 온다 온다 온닷!!뽀오오옹!!
하고 방구 총을 쏘았다.
그때마다 쵯! 하고 돌아서며 다시는 안 속아야지 다짐을 했지만 매번 또 속아서 계속 똥방구 총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