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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오빠의 여린 누이였다(2)

@가열찬 서울 구경

by 마담D공필재

동생이랑 우울 가 측백나무 아래서 방물장수 놀이를 하고 있는데

-현아 현아 현아 얼른 좀 와봐라


오빠가 또 숨넘어가게 불렀다. 나는 머리에 이고 있던 방물 보따리를 내려놓고 잽싸게 뛰어갔다.

-오빠 칫솔에 치약 좀 묻혀 갖고 올래?

그 말에 나는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다. 언니도 있고 다른 동생도 있는데 오빠가 특별히 나를 불러서 심부름을 시켜주다니… 얼른 칫솔에 럭키 치약을 발라 대령했다.

칭찬을 기대하고 있던 내게 오빠가 말했다.

-에게에에 이것이 치약이야? 삥아리 눈물이지?


나는 그 은유를 이해하지 못해서 입을 헤에 벌리고 몸을 비비비 꼬면서 기가 막히게 잘 생긴 오빠의 얼굴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자 오빠가

-치약 떠 짜 오라고 이놈아!

했다. 나는 그제야 단발머리를 펄럭이며 우물가로 뛰어갔다.

치약을 짜는데 눈물이 피잉 돌았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무안했던 것도 같고 서운했던 것도 같다.

-어라 이 놈 보게? 우냐? 우리 현이 울어?

그 말에 그만 나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가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하얀 거품을 내며 이를 닦기 시작했다.

나는 검정 고무신 신은 발로 땅바닥에 부채를 서른 개도 넘게 그리며 서 있었다.

-현이 이리 와봐라

양치를 끝낸 오빠가 우물가로 나를 불렀다.

-우리 현이 서울 가고 싶냐?

나는 다음에 일어날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오빠를 보았다.

-그럼 오빠가 우리 현이 서울 구경시켜 줘야겠네

-와아! 진짜아? 언제에?

-언제는 지금이지

오빠는 갑자기 나를 돌려세우더니 손바닥으로 양 쪽 귀쯤을 눌러 잡고는 공중으로 불쑥 들어 올렸다.

얼굴이 아무렇게나 일그러진 나는 얼마나 비명을 내질렀지만 인심도 넉넉하지 오빠는

-다시 한번!! 또 한 번!!

을 외치며 연거푸 세 번이나 서울 구경을 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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