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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오빠의 여린 누이였다(3)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by 마담D공필재

오빠는 잔재주를 많이 길러야 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교육대학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피아노, 기타 등 악기 연주는 기본이고 글쓰기 실력과 글 보는 실력에 수영이니 태권도니 어지간한 운동을 조금씩 할 수 있거나 이론을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 나는 몰랐다.

그래서 오빠가 기타를 둥기둥기 하모니카를 삐리릴삐리 연주하면 어마어마하게 멋있게 보여서 어린 가슴이 자랑스러움으로 마구마구 부풀어 올랐다.


어느 날 오빠가 우리들을 마당으로 불러 모았다. 우리들은 멍석을 깔고 마당에 앉아 화단 철쭉 사이 바윗돌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오빠를 우러러보았다. 오빠가 둥기둥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오빠가 노래를 한 번 들려주더니 이번에는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시이작!

한 소절을 부르고는

-시이이작!


신호와 함께 우리들이 따라 불렀다. 이른바 한 소절씩 따라 부르기였다. 그렇게 대여섯 번을 부르고 나서 오빠는

-다 함께 부르자!


라고 했고 우리는 가사도 음도 가끔씩 틀려가며 목청껏 따라 불렀다.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얼마나 다정스러운 광경인가? 장성한 오빠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학교 놀이를 하는 풍경이라니!!

그러다가 동생이 입을 다물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내쳐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란아 왜 그냐? 왜 울어?

당황한 오빠가 기타를 내려놓고는 동생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생은 울음 반 말 반을 섞어서 대답했다.

-오빠가 옵화하가하아 으으으아아아 안 와아아 나무우우 잎이 떨어져이이응 는데 오빠가 안 오하아하아

-하하핫 우리 란이는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어린이구나

오빠가 크게 웃으면서 말하자 동생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눈을 말똥 거렸다. 아마도 ‘감수성’이란 말이 칭찬인지 욕인지를 잠깐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에라 모르겠는지 다시 한 여름 매미마냥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오빠가 봄에 서울 가면서 비단 구두를 사 온다고 했는데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이 되어도 돌아오기는커녕 소식도 없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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