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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여! 나의 조막둥이여!(1)

@마적과 마적의 마적(2)

by 마담D공필재

2.


전봉준과 혈연 관계는 커녕 일면식도 없는데 삼촌은 하필 녹두로 태어나서 할머니의 애간장을 태웠다. 다행히도 수완 좋은 소장수 할아버지의 손에는 어느 정도로 전이 회전 했으므로 외가는 먹고살만했다. 그 덕에 할머니는 이것저것 녹두 삼촌의 성장에 소용할 만한 것은 모두 먹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삼촌의 유전자는 지조가 꽤 높았던지 주로 쓴 맛으로 이루어진 그 검은 액체들의 수작질로부터 삼촌의 타고난 사지를 굳건히 지켜냈다.


뿐만 아니라 얼굴이 커지고 살이 찌면서 삼촌의 사지는 자랄수록 더 짧아 보이는 마술을 부리더니 결국 '조막둥이'라 불렸던 어릴 적 별명에 걸맞은 157센티에서 성장을 멈춰버렸다.


-어떠냐? 죽여주지? 나의 애마 ‘마적’을 소개한다.


내가 다가가자 오토바이에서 몸을 일으키고 팔짱을 풀며 만만한 삼촌이 자신의 애마를 소개했다.


-마적?

-그래 마적. 그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천하무적 그 마적 말이다.


모두가 잠든 밤에 할아버지의 곳간에서 부스럭거리며 태어나 만만한 삼촌의 당당한 자부심으로 자리 잡은 마적을 바라보는 삼촌의 눈에서는 자부심과 긍지가 뚝뚝 떨어졌다.


혼다 CB250바이크!

매끈하고 날렵하며 야성미를 갖춘 것이 가히 마적다웠다.

문제는 왜소하기 그지없는 삼촌의 몸이었다. 삼촌에 비해 마적은 지나치게 크고 위용있어 보여 과연 조막둥이가 그 위에서 균형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볼썽사나운 조합이었다.


-삼초오온! 푸우우우욱… 삼초오오오온!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팔짱을 낀 뒤 한숨을 크게 내 쉬며 삼촌을 기일게 두 번 불렀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다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삼촌한테 너무 그러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도 있었고 춘궁기에 막내아들에게 곳간을 털린 할아버지의 매질로 거의 ‘고자가 될 뻔 했다’는 소식을 엄마한테 들었던 터라 어지간하면 입을 다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삼촌은 내 의도를 ‘와아 진짜 멋지다’나 ‘대단한데’ 또는 ‘기똥차다’ 정도로 해석한 듯했다. 턱을 치켜들고 입 꼬리를 올리더니 허공에 대고 ‘피익’하고 웃었던 것이다.


참으로 삼촌은 ‘이’ 혹은 ‘저’ 망나니임이 분명했다.


-어서 타세요. 어여쁜 아가씨! 저희가 학교까지 모셔다 드립지요.


삼촌이 애마에 올라타며 말했다. 혹은 말하며 애마에 올라타려 했다? 아니, 올라타려 하며 말했다? 모르겠다.


어쨌거나 삼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가소로운 사지의 마적과 그의 이동수단 마적단인지 마적인지 마적453번인지가 작당한 어설픈 슬랩스틱을 나는 보아야했다.


거드름을 피우며 오토바이에 올라타려던 삼촌이 ‘어어어어어’ 하며 당황하는가 싶더니 하찮은 사지가 애마 마적과 함께 마당에 나동그라졌던 것이다.


참으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포화 속에서 산화 중인 두 마적을 뿌연 흙먼지가 장렬하게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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