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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여! 나의 조막둥이여!(1)

@마적과 마적의 마적(3)

by 마담D공필재


내가 다가갔을 때 포화 속에서 연신 ‘엄니, 아이고 엄니!’를 부르지짖던 삼촌은 마지막 숨을 내 쉬는 대신


-에이 씨팔!


이라고 사납게 말했다. 그 모습은 잠깐 삼촌을 '과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광활한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그 마적'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잡아줘!


자신의 다리를 끌어안고 심하게 애정질을 해대는 마적에게서 간신히 다리를 빼낸 삼촌이 처량하게 말했다. 역시 삼촌은 하찮은 망나니에 불과했다. 나는 픽픽 웃으며 삼촌에게로 다가갔다.


-웃지만 말고 울으켜 줘라 얼른! 하앗 씨이이이잇


삼촌이 조막만한 팔을 내게 뻗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톱연주처럼 매우 가녀리고 떨리고 휘어져 매우 애절했다.


나는 짧은 순간 마적의 악행들을 망각하고 서글펐으며 되지도 않게 매우 센치해 지기까지 했다. 다리소반만한 사지들을 파닥거리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은 몹시 우스꽝스러웠으나 떨리는 목소리와 신음은 애정이 아니라 고통에서 나오는 것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냐? 삼촌이 빠른 건 내 익히 알고 있었다만 오늘 보니까 완전 비호네? 대단해!


그러나 도도한 여성은 성급히 속내를 드러내서 일을 그르치지 않으므로 삼촌의 조막만한 손을 잡아 일으키며 나는 조롱해 마지않았다.


-아이씨,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단 말이다.


삼촌이 엉덩이를 털며 말했다.


-그러냐? 무슨 말을 타고 광활한 만주 벌판을 거칠게 내달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일이 간단하지 않으면 세상에 어떤 일이 간단할까? 궁금하네?


나는 조롱의 수위를 한층 높이며 비아냥거렸다.


도대체 그 짧은 찰나에 삼촌과 마적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단순하나 그 몹시 어려운 일의 수행 과정을(혹은 수행하려 했던 행위의 과정을)되감기 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촌은 먼저 양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공중에서 타악 털어 겨드랑이의 품을 늘린다. 양 팔을 살짝 구부린 채로 품을 유지하며 왼손으로 오토바이의 왼쪽 손잡이를 잡는다.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서 반동을 이용하여 오른쪽 손잡이를 잡음과 동시에 오른쪽 다리를 휘익 돌려 몸체에 엉덩이를 착지 시킨다.


그러니까 삼촌이 하려고 했던 것은 폼 나게 멋지게 마적위로 잽싸게 올라타는 것이었다. 아주 단순하고 아주 간단한 일었다. 이 간단한 일이 사활을 걸 만큼 매우 어렵고 복잡한 고난위도의 일이 된 것은 모두가 삼촌의 짧은 사지와 쌀쌀맞은 관객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오토바이에 올라타기 위한 이 일련의 과정에서 왼쪽 다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동작을 수행하는 동안 왼쪽 다리는 바닥에 단단히 붙박혀서 몸을 지탱하며 균형을 유지해 줘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동작을 매끄럽게 수행하기엔 삼촌의 다리는 너무 짧고 부실했다. 뿐만 아니라 잔뜩 적의를 품고 자신을 지켜보는 교양 있는 성인여성에게 마적과 완벽하게 한 몸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적과 함께라면 더 이상 조막둥이의 조막만한 사지쯤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너와는 달리 나는 이 조막둥이는, 마침내 한 조각 비어있는 비늘을 메꾸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일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어리석게도 삼촌은 자신의 개다리소반의 길이를 간과해 버렸다. 이것은 정말 길이 남을 치명적인 과오였다. 내가 두고두고 회자할 매력적인 빌미였다.


이 실수는 오토바이에 걸터앉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하는 동작에서 발생했다. 삼촌은 이 과정을 마치 바람을 가르는 매의 날개 짓처럼 부드럽고 매끄럽고 완벽하게 보여주려 했다. 그 나머지 지나치게 다리를 휘저었고 그 결과 간당간당한 왼쪽 다리가 바닥에서 살짝 들려버렸다.


그 바람에 마적의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기울었고 삼촌의 왼쪽 발은 자부심의 무게를 버터내지 못하여 ‘어어어어’하다가 ‘아이고 엄니’라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하찮은 삼촌은 그의 이동수단과 함께 흙 마당으로 꼬꾸라졌던 것이다.


-그래가지고 죽겠냐? 이 어리버리한 삼촌아.

삼촌을 일으켜 세운 나는 그의 조막만한 등과 하찮은 사지에서 남을 흙은 털어냈다.


그때였다. 삼촌이 절대로 넘지 말아야하는 선에 오른발 엄지발가락 끝을 살포시 올려놓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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