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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글 대방출

@이 맛에 수영장 간다.

by 마담D공필재

나는 다리 근육이 몹씨 약해서 오래 걷는 것도 잘 못하며 어쩌다 산이라도 탈 일이 생기면 내려 올때는 119에 실려야 할 정도이다.


그래도 죽기 전까지는 직립보행하는 것이 꿈이라서 나도 운동이라는 것을 한다. 부력의 힘에 기댈 수 있는 수영말이다. 그러나 수영 역시 다리 힘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다리가 부실하니 어느 영법을 하건 다리보다는 팔의 힘에 기댄다.


여러 이유를 만들어 한 달 정도 운동을 못하는 척하며 안 하다가 어제 모처럼 수영을 하러 갔다.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근육이나 풀어줘야지 무리하면 탈 나.


핑계를 대며 할랑할랑 수영하는 흉내만 내고 있는데 하늘색 수영복을 입은 여인이 들어 왔다.

여인은 킥판을 손에 들고 여유있게 발차기를 시작했다.


-그래, 발차기 연습부터 하는구나 음...제대로 운동하는 사람이네


싶었다.


나는 여인과 같은 레인을 교차하며 자유영과 배영을 할딱거리면서 헥헥거리면서 건성건성했다. 두 바퀴 돌도 헥헥 세 바퀴 돌고 헥헥


그런데 그 여인은 오직 발힘으로 세 바퀴 네 바퀴 쉬지 않고 돌았다. 물도 거의 튀기지 않고 얼굴도 아주 편안해 보였다.


-고수로닷!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지치지도 않고 여인은 계속 발차기 연습을 했다. 나는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것은 발차기 연습이 아니라 '족영'이구나! 얼마나 다리 힘이 세면 저렇게 긴 시간을 유유히 물을 헤치는 걸까? 부럽고 부럽도다!


나는 곁눈질로 그 여인을 계속 지켜보며 겨우 열 두 바퀴를 돌고는 숨을 헐떡거리며 출발선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저만치서 어떤 여인이 무릎을 세운 묘한 발차기로 물을 잔뜩 튀기며 갈지자로 온 레인을 파닥파닥 휘젓고 있었다.


-저건 무어라는 영법인가?


킥킥거리며 지켜보니 그 여인은 그러니까 배영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엇 이 솨람, 무릎을 펴시게! 자전거 타기를 하지 말고 골반을 움직여서 다리로 물을 차시게나!


나는 그 여인을 지켜보면서 어느샌가 속으로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아 몹쓸 놈의 습이 몸에 베어선 떠나질 않는구나 에라잇! 이 계몽주의자앗!!


혹시라도 입으로 말이 튀어나오기라도 할까봐 입단속을 잘 해야지하고 있는데 헥헥헥 숨을 헐떡이며 꼴까닥 꼴까닥 물을 먹어대면서 여인이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으헷!! 다시 보니 아까 그 유연하게 발차기를 하던 그 족영하던 여인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 여인은 족영의 고수가 아니라 아직 영법을 익히지 못해서 주구장창 발차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수영장은 운동하는 것보다 흉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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