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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여! 나의 조막둥이여!(1)

@마적과 마적의 마적(1)

by 마담D공필재

1.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삼촌들은 대개 철이 없거나 기발하거나 재미있거나 만만하다.

간혹 이 네 가지 소양을 두루 갖춘 인재도 있는데 조카 입장에선 그런 삼촌들은 뱃심이며 등심이며 비빌만한 언덕이며 작은 권력이다.


우리 막내 외삼촌은 고급인재 즉 철은 없고 재미만 있는 망나니로서 항상 기발한 방법으로 사고를 치는 만만한 사람이었다.


마흔 두 살에 생산하여 할머니의 평생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삼촌이 오토바이를 샀다. 샀다가 아니라 '쌀 몇 가마니를 훔쳐다가 오토바이와 바꿨다'가 맞겠다.


삼촌이 사고를 칠 때면 아니다, 사고 친 사실을 알게 될 때면 할머니는 두 주먹을 불끈쥐고 공중으로 마구 뛰어오르며


-이 망나니 새끼! 저 망나니 새끼!


를 외쳐대곤 했다. 오토바이 사건으로 외할머니의 점프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던 그 해 초여름에 나는 여고 2학년이었다.


내가 보기에 상당한 미모를 갖춘 나는 당시 콧대가 꽤 높았다. 코찔찔이 여자애가 성장하여 여고 2학년 쯤 되면 그 과정에서 으레 콧물이 서서히 멈추고 대신 콧대가 서서히 솟아올라 서서히 쌀쌀 맞아지기 마련이다.

또 그런 여고생은 그런 콧대에 걸맞게 그런 도도함을 옵션으로 갖춤으로 해서 그런 소녀의 상냥함을 잃고그런 자신이 꿈꾸던 쌀쌀하고 새침하고 도도한 매력을 소유한 그런 여성으로 완성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전형성을 추구하는 몹시 보수적인 성향의 그런!! '나름 완성된 성인여성'이었다. 그래서 그 어설픈 전형성에 몹시 충실 하느라 매일매일이 몹시 피곤했으므로 몹시 신경질적이었다.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무슨 회가 동했는지 삼촌이 너무 닦아대서 번들거리다 못해 빤질거리는 오토바이를 우리 집 마당에 떠억하니 세워놓고 나를 불렀다.


-어이, 상냥한 아가씨! 아랫것이 뫼시러 왔습니다.


팔짱을 끼고 애정해 마지않는 오토바이님께 몸을 반쯤 부리고는 짝다리를 털털털 털며 삼촌이 말했다. 그 모습은 우리 집 강아지 워리가 봐도 지금 저 만만한 인간이 누구에게 빙의되어 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제임스 딘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삼촌의 사지는 매우 짧고 볼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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