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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오빠의 여린 누이였다.

by 마담D공필재

우리 오빠도 나처럼 뻥쟁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에 TV에서 드라큘라 영화를 보았다. 드라큘라는 여인들의 희고 가는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서 피를 빨았다.

공포에 질린 나는 드라큘라가 나올까봐 통마늘과 성경책을 머리맡에 두고는 그도 불안해서 목에 당목천을 칭칭감아 목 단속을 열심히 했다.

오빠가 왔다.

-오빠! 세상에 진짜 드라큘라가 있어?

-있고말고! 사람들과 섞여있어서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우리 동네에도 많을 걸?

-뭐? 진짜야?

-진짜지 그럼. 현이 너 목에 천 감은 거 혹시 드라큘라한테 물린 이빨자국 감추려고 그런 거 아냐? 오빠가 교원 연수에서 드라큘라 감별법을 배웠는데 어디 좀 보자.

-아니야. 안 물렸당께. 물릴까봐 감고 있는 거엿.

-그거야 오빠가 감별법을 배웠으니 보면 알겠지? 목에 감은 천 풀어봐라. 어디 보자아아. 어디이이보오자아앗 응 다행히 안 물렸구나. 어? 어라앗? 그런데 이게 뭐지? 헉! 이거봐랏!

오빠가 갑자기 내 얼굴을 감싸 쥐고 눈을 들여다보더니 당황하며 손으로 눈꺼풀을 까뒤집었다.

-왜? 왜? 뭔데 뭐야아


오빠보다 백배는 더 당황한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지레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어디 가까이 보자! 이놈 보게에!


오빠가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천장에 딱 달라붙은 일자 형광등에 내 얼굴을 들이댔다.

-눈이! 니 눈이! 어 이걸 어쩌지?

-왜? 왜 오빠아아! 무서워 죽것어어

-응, 니 눈이 워머 우리 현이 눈이…거 참 맑고 예쁘네.

오빠는 드라큘라 구분법은 몰랐겠지만 동생을 예뻐하는 방법은 기가막히게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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