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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여! 나의 조막둥이여!(1)

@마적과 마적의 마적(4)

by 마담D공필재


-아니야. 아니야. 내가 할게.


삼촌이 발을 빼려고 다급하게 말했으나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어있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마적에게로 다가가는 삼촌을 힘껏 떠밀었다.


나는 그 순간에 삼촌을 죽일 요량이었으므로 삼촌은 그에 걸맞게 같잖은 사지를 휘저어 보지도 못한 채 저만치에 나동그라졌다. 엎어져 있는 삼촌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허접한 등짝을 잡아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앙증맞은 귀에 대고 분노를 오드득오드득 새겨 넣었다.


-그러니까…! 삼촌 니 말은…! 내가 팔 척 키에 돼지처럼…! 돼지처럼 뚱뚱한 장사니까…! 삼촌 니 대신 저걸 일으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거지?


-아니다! 절대 그건 아니다. 흥분하지 마라. 조카야! 너처럼 곱고 아리따운 여고생한테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이야?


그랬다.

나의 치부는 171센티라는 당시에는 여자로선 흔치 않은 큰 키와 그 큰 키를 지탱하려는 속셈으로 근육 사이사이에 무럭무럭 오른 살이었다.


도도함을 지향하는, 고고함을 추앙하는, 민감하기 그지없는 여고생은 비만이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옷과 옷으로 둘러서 감춘 나의 역린이었다.


나의 결함을 삼촌은 능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건드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조막둥이와 천하장사라는 동병을 앓으며 상련한 동지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하찮은 동지가 나의 친애하는 동지가 통증과 수치로 정신이 나간 나머지 나의 역린에 화살을 꽂았던 것이다.


나는 분노와 서러움이 생산한 타오르는 눈물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마디마디 꾹꾹 눌러서 따박!따박! 말했다.


-삼촌! 삼촌 너는, 너는 정말……그래! ‘염병할 놈’이야. 아니지. 삼촌 너는 진짜 조막둥이 망나니 새끼야! 그리고 잊지 말아라. 이,


까지 말한 나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고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탁탁 두 번 두드리고 이어서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탁탁 두 번 두드린 후 느릿느릿 말했다.


-잊지 말아라. 이, ‘콩 서 말가웃’을 심을 정도의 등치는! 순전히! 삼촌 니가 만들었다는 거. 모두가 너 때문이란 거.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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